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는 어느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가 됐다. 유력 대선 후보들은 주 52시간 등 각론에서 차이가 있지만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중소기업 전담 부처 설립을 공약했던 지난 대선과는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실효성 있고, 실질적인 중소기업 지원 체계 확립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가 현장 친화적인 중소기업 거버넌스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정부 들어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되면서 예산 규모가 커지고 다양한 정책이 새로 추진되고 있지만, 현재 중기의 다수를 이루고 있는 전통제조업 목소리는 정책에 크게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분석에서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 정책이 지나치게 신산업 육성에만 치우친 경향이 있다”면서 “차기 정부 거버넌스에서는 신산업을 위한 벤처, 연구개발(R&D) 정책을 강화하면서도 산업의 근간인 전통제조업을 지원하기 위한 현장 친화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관련 정책 총괄·조정 기능도 강화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현행 정부조직법상 중기부의 업무는 중소기업 정책을 기획·종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행정안전부가 각각 과학기술정책과 안전 및 재난에 대한 정책을 수립부터 총괄·조정까지 수행하는 것과 달리 이행 강제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각 부처와 지자체 단위에서 이뤄지는 중소기업 지원사업에 대한 평가나 협의 결과를 예산 편성으로 연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미흡한 상태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벤처기업부에 중소기업 지원사업 예산에 대한 배분·조정 기능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중소기업 정책의 총괄·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 개혁 역시 차기 정부가 중점 추진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전통제조업의 경우 안전이나 환경 규제가, 신산업의 경우 디지털 기술을 통한 사업 확장을 가로막는 규제가 각 부처에 산적했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에 따르면 이번 정부 들어 중소기업들로부터 발굴한 규제는 2만2000여건에 이른다. 전기차 전용 정비업체에 기존 내연기관 차량 정비용 검사 장비나 기구 보유 여부를 여전히 등록 기준으로 삼고 있다거나, 어업 등 1차산업에 종사하는 업체가 산업단지에 입주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각종 불합리한 규제가 그 만큼 많다는 뜻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규제만을 전담으로 맡아 해소하는 기관이 필요하다”면서 “중기부가 됐건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됐건 보다 체계적으로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중기부 출범 안팎으로 기업정책과 산업정책 간 연계성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나온다. 실제 중기부 출범 이후 산업부와의 공식적인 정책 협의는 단 두 차례 이뤄지는 데 그쳤다.
이렇다 보니 스마트제조, 탄소중립,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개별 중소기업 단위에서 지원하기 어려운 분야의 경우는 협업이 쉽사리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의 중고차 및 대리운전업 시장 진출, 스타트업을 필두로 한 골목상권 진출 등 신산업과 전통산업이 충돌하는 영역에 대한 중재에 애를 먹고 있다. 일각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부, 중기부를 통·폐합해 혁신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불거지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중기부 고위 관계자는 “부처 출범 초기였던 만큼 독자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타 부처와는 협업하기보다는 경쟁하듯 업무에 임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부처 출범으로 중소기업 관련 법령이 정비되고 지원체계 역시 더욱 두터워진 만큼 향후 어떤 방식으로 정부 조직개편이 이뤄지더라도 중소기업을 주요 정책 대상으로 삼아 체계적인 정책 전달 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