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상자산 시장은 약 3조달러 규모로 급성장했다. 업계와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주요 성장요인으로 대중적 인지도 증가, 기관들의 관심, 특히 기업 CFO의 가상자산 수용 증대가 요인으로 꼽혔다.
향후 기업 자금운용정책 변화를 반영한 로드맵 준비, 블록체인 기반 지능형 웹 3.0, 메타버스와 NFT 같은 신종 디지털 가상자산 등장으로 블록체인 시장은 새 국면을 맞았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전향적 정책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미국증권거래위원회는 가상자산사업자 의견 청취와 비트코인 펀드를 최초로 승인했다. 기관투자가의 업계 진입을 본격 허용한 셈이다. 또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블록체인 생태계 등장, 결제수단, 가치저장, 담보활용 등으로 확대된 디지털 자산의 효용성을 들 수 있다.
최근 급격히 하락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4000만원대에서 일단 멈추고 5000만원대로 반등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모험자산에 대한 열기가 고조됨에 따라 암호화폐를 포함한 가상자산 투자 여부가 다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대선 후보들도 앞다투어 친가상화폐 정책을 내놓고 있다. 주로 MZ세대로 대표되는 20·30대 유권자층을 겨냥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차세대 먹거리인 가상자산 산업 진흥을 위한 필연적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가상 자산에 대한 투자는 투자자의 수익 생성 기회가 되는 동시에 블록체인 산업의 주요한 자본 조달 루트가 된다. 이를 통해 경쟁력을 갖춘 수많은 새로운 블록체인 생태계가 조성된다. 국가 경쟁력 강화는 물론 신규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산업은 분리될 수 없는 잇몸과 치아 관계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산업 발전과 투자자 수익 생성을 동시에 겨냥한 가상자산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가 되었는가?
가상자산의 법적인 정체는 무엇인가? 실체 없는 가상자산이 진정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가? 가상자산에 대한 당국과 투자자의 인식은 어떤가? 비트코인은 과연 안전자산인가? 제한된 수량, 각국이 공통으로 인정하며 인플레이션 대비 자산으로 금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들 얘기하는데 과연 맞는가? 가상자산을 제도권 금융으로 흡수하려는 당국의 긍정적 의지는 있는가? 가상자산에 대한 세금 부과는 어떤가?
소득세 또는 거래세, 발행세 부과 등 가상자산 소유 및 거래에 대한 세금 부과가 확실히 실시될 것인가? 주식 대비 일반투자자의 가상자산 투자 성향은? NFT, DeFi, CBDC 등과 같은 디지털 자산의 산업적 미래는? 기존 법정화폐 대신 가상자산에 기반을 둔 Defi 스테이킹이나 대출 등에 대한 당국의 시각은 어떤가?
이처럼 다양한 질문에 답변을 내놓아야 할 때다.
가상자산 투자는 투자자들이 이전에 전혀 경험하지 못한 블록체인을 기술적 기반으로 한 혁신적 금융행위다. 자칫 투자자들은 무지에 따른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성공적인 가상자산 투자를 위해서는 우선 가상자산 전반에 대한 심층적 이해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자신만의 투자 식견과 판단력을 키워야 한다. 주위 소문이나 권유에 의한 불확실한 투자는 금물이다.
그렇다면 주식, 복권, 펀드 구매 등 정상적인 자본시장 투자 행위와 불법 도박 및 사행 행위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투자와 투기의 차이점 규명과 결을 같이한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정부의 규제 여부다. 규제란 제도권 내에서 당국 지시 및 제정된 법률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도록 강제화하는 수단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 보호 및 불법과 탈법행위를 방지하는 것이다.
규제는 업권에 대한 강제적 가이드라인이 되는 동시에 대상 행위의 제도권 진입을 인정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규제는 일견 필요악처럼 보이지만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규제가 있다는 것은 당국이 행위를 공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규제가 없다면 당국의 방임 또는 불인정으로 투자자 신뢰 저하 및 손해방지 장치가 없는 투기로 간주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은행은 엄격한 금융관련 법규들에 의해 당국 규제를 심하게 받지만 그만큼 제도권 허가를 바탕으로 소비자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업권에 대한 규제가 부재하거나 방임이 된 행위는 투명하지 못한 시장 조작 등을 통해 투자자에게 심각한 손해를 야기할 수 있으며, 건전한 자본시장 운영의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의 적극적 개입이 요구되며,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범정부적 컨트롤타워 설치도 고려해 볼 만하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각국에서는 가상자산 투자를 위한 세법상의 실체 규명, 소유나 거래에 대한 세금 부과, 투자자 피해 보상이나 불법행위 방지 등에 대한 입법과 규제 제정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가상자산 산업의 제도권 진입을 위한 기반 조성에 힘쓰고 있다. 그간 극심한 가격 변동으로 소비자 피해가 크다는 논리로 애써 외면해 온 가산자산 산업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실세로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금융권에서도 합작이나 제휴사 설립을 통해 가상자산 전문업에 참여하는 등 전향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직 포괄적인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으나 조만간 관련 입법이나 규제가 정립되어 소비자 보호와 산업 진흥을 동시에 지향하는 혁신적 금융생태계가 조성될 것을 기대해 본다.
이원부 동국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wblee@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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