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브랜드 톱10에 진입한 제네시스는 이미 어큐라와 인피니티를 넘어섰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G90 미디어 시승회 현장에서 “90의 연간 판매 목표를 2만대로 설정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작년 제네시스 글로벌 판매는 20만대를 돌파했고 올해는 22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G90을 두 달간 타봤다는 장 사장은 “어떻게 하면 공간을 더 가치 있게 할 수 있을까를 가장 많이 신경 썼다”면서 “제네시스 브랜드 위상을 한 단계 올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시승을 통해 체험한 G90은 장 사장의 자신감처럼 상품성 면에서 진일보한 경험을 선사했다. 디자인과 품질, 승차감 면에서 세계 명차와 당당히 경쟁해도 손색이 없을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제네시스 수지 전시장이 자리한 용인 일대에서 한국차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플래그십 세단 G90을 타봤다.
신형 G90은 현대차 에쿠스부터 제네시스 EQ900, G90까지 세대별 진화를 거친 4세대 완전변경 플래그십 세단이다. 차명은 바뀌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점은 변함없다. G90 디자인을 소개한 이상엽 부사장은 “제네시스가 선보이는 가장 우아한 외관과 여백의 미를 바탕으로 한 실내를 갖췄다”면서 “제네시스 디자인 철학 '역동적인 우아함'의 정점에서 우아한 이미지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마주한 G90은 5275㎜의 전장과 3180㎜의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한 웅장한 차체가 시선을 압도했다. 제네시스의 상징이 된 커다란 크레스트 그릴과 날렵한 두 줄 램프가 인상적이다. 제네시스는 헤드램프를 얇게 구현하기 위해 G90 하향등에 MLA(Micro Lens Array) 기술을 도입했다. 모듈 1개당 2백여개의 마이크로 옵틱 렌즈를 적용해 기존 프로젝션 램프보다 렌즈 크기를 줄이면서 디자인 완성도를 높인다. 후면에도 제네시스 디자인 핵심 요소인 두 줄의 리어 콤비램프가 트렁크를 따라 길게 이어졌다.
시승은 두 차례로 나눠 진행했다. 먼저 기사가 직접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쇼퍼 드리븐' 시승이다. G90 주요 타깃인 VIP 전용 공간을 체험해보라는 제네시스의 배려다. 가장 놀라웠던 건 편안한 착좌감과 안락한 승차감이다. 후석 시트는 좌측과 우측 기울기를 각각 독립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시트는 몸을 포근하게 감싸주며 손이 닿는 곳곳을 우드와 나파 가죽 등 최고급 소재로 마감했다. 뒷좌석에 적용한 에르고 릴렉싱 시트는 등받이(시트백)와 좌판(쿠션)에 각각 10개와 2개의 공기주머니를 탑재해 네 가지 마사지 모드를 지원한다.
조용한 도서관에 앉은 것처럼 외부에서 발생하는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소음 저감 기술인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ANC-R)은 노면으로부터 발생하는 소음의 반대 위상 주파수를 스피커로 송출, 주행 중 실내 정숙성을 높여준다. 과속 방지턱도 흔들림 없이 넘는다. 90는 방지턱과 경사로, 험로를 인지해 에어 서스펜션을 최적 제어해주는 기능을 탑재했다. 차량 전방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정보 등을 기반으로 전방 상황을 판단해 서스펜션 감쇠력을 조절해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잘 달리는 것만큼 부드럽게 멈춰 선다. G90은 세 가지 브레이크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뒷좌석 승객에게 편안한 제동감을 구현하는 쇼퍼 모드와 컴포트, 스포츠 등 운전 성향에 맞게 브레이크 제동감을 조절할 수 있다. 도어를 여닫을 때도 특별했다. 차량에 탑승한 후 센터 콘솔(앞좌석), 암레스트(뒷좌석), 도어트림(전좌석) 등 손이 닿기 편한 곳에 위치한 스위치를 누르면 문이 자동으로 닫힌다. 승객이 하차한 후 외부 문 손잡이 스위치를 터치하거나 리모컨 잠금 버튼을 3초 이상 누르면 자동으로 닫아준다.
운전석으로 자리를 바꿔 달려봤다. G90은 가솔린 3.5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기존보다 배기량을 낮추면서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54.0kg·m의 여유로운 힘을 제공한다. 새 엔진은 차량 주행 조건에 따라 연료를 최적 분사하는 듀얼퓨얼 인젝션 시스템과 엔진에 유입되는 공기를 빠르게 식혀 가속 응답성을 높여주는 수냉식 인터 쿨러를 갖췄다.
페달을 깊게 밟으면 묵직하면서도 안정적으로 가속을 시작한다. 커다란 배의 선장이 된 느낌이다. 큰 차체 특성상 급격히 운전대를 돌리면 좌우로 흔들리는 롤링이 존재한다. 날렵한 주행 감각을 기대하면 안 된다. 뒷좌석 승차감을 더 중요시한 세팅이다. 직접 운전하는 일이 많은 오너라면 G90보단 G80이 더 어울린다.
아쉬운 점도 있다. 시승차(AWD 20인치 기준) 공인 복합 연비는 8.3㎞/ℓ 수준인데 시내 위주의 단거리 시승에서 계기판으로 확인한 평균 연비는 5~6㎞/ℓ에 머물렀다. 차급을 고려하더라도 낮은 수치다. 시장 경쟁력을 위해서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적용 등 전동화 모델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G90 출시와 함께 선보일 것으로 기대했던 레벨3 수준 자율주행 기능은 4분기 중 추가 예정이다.
높은 완성도만큼 가격도 국산차 가운데 최고가다. G90 3.5T-GDi 기본 가격은 9100만원으로 기존 G90(7903만원부터)보다 1200만원가량 올랐다. 시승차는 5인승 스탠다드 시트 풀옵션 모델로 1억3030만원이다. 주요 옵션 가격은 프레스티지 컬렉션 2300만원, AWD 350만원, 멀티챔버 에어서스펜션·능동형 후륜조향 500만원 등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