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대전환의 시대다. 산업계와 정부는 물론 대선을 코앞에 둔 정치권까지 온통 대전환을 이야기한다. 모두 새로운 곳으로 진로를 바꾸고 변해야 한다는 절박함의 표현이다.
산업계에는 미국과 중국의 신패권경쟁, 글로벌 공급망 급변, 코로나19 팬데믹 등에 대응해 모든 것을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삼성은 이미 아무도 가 보지 않은 전인미답의 항로로 방향을 틀었다. 현대자동차, SK, LG 등 주요 그룹도 이전과 다른 사업구조로 전환을 추진한다. 전동화, 친환경, 사용자 경험 등 방점을 찍는 지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전환이라는 큰 틀에서는 대동소이하다.
정부도 대전환을 말한다.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DNA)으로 대표되는 디지털경제 인프라를 구축하고, 산업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붙인다는 구상이다. 특히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달성하기 위한 대전환을 추진한다. 정권 말기에 급작스럽게 설정된,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사회·경제 구조의 대전환 없이는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이라는 것을 국민 모두 안다.
정치권은 국민의 표를 얻기 위한 공약으로 대전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디지털·에너지·사회서비스 대전환을 통해 3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도 디지털 플랫폼, 메타버스 정부 등 거버넌스 체계를 이전과 다르게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대한민국 전 분야에서 분출되고 있는 대전환 움직임에는 몇 가지 동력이 있다. 첫손에 꼽히는 것은 바로 디지털이다. 코로나 이후 사회·경제는 물론 산업 각 분야에 디지털을 어떻게 접목하느냐가 전 지구적 과제로 등장했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기존 산업 및 경쟁 구도가 뒤바뀌고, 승자독식으로 가는 추세가 빨라지고 있다. 그동안 추격자에 머물러 있던 대한민국이 선도국가로 탈바꿈하기 위해 하루빨리 '디지털 대전환'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또 다른 동력은 탄소중립이다. 2030 국가온실가스저감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우리가 국제사회에 내건 약속이다. 혹시나 정권이 바뀌었다고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목표라는 말이다. 이미 오랜 기간 준비해 온 유럽연합(EU)은 급기야 탄소중립을 거대한 무역장벽으로 활용할 태세다. 또 기후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글로벌 움직임에 우리만 삐딱선을 타기도 어렵다. 결국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에너지 대전환'을 어떻게 이루느냐가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도 중요한 동력이다. 주주 이익 극대화에만 맹종하는 전통적 자본주의는 이미 쇠퇴하고 있다. 이제 환경과 사회에 이바지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분출하고 있다. 이 에너지를 대한민국 대전환의 또 다른 축으로 활용해야 한다.
2022년은 민간과 정부, 정치를 망라한 대한민국 대전환의 원년이 될 것이다. 우리가 앞장서서 가든 끌려가든 어쨌든 가야 할 길이다. 40여일 후 선출될 새 정부의 성패는 이 대전환 에너지를 어떻게 통합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15세기 유럽의 대항해 시대를 열어젖힌 바스쿠 다가마의 항해도 항로조차 없는 곳으로 배를 띄운 선원들의 도전정신이 아니었다면 없었을 것이다. 이제 국민과 정부, 정치권이 힘을 모아 '대한민국 대전환'의 스위치를 켤 때다.
양종석 산업에너지환경부 데스크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