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칼럼]21세기 과학기술 투자의 성공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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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종관 연세대학교 교수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과 6G, 새로운 우주시대(New space age) 등은 더이상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단어다. 그만큼 국가 재원이 투입되고 고급 연구개발 인력이 관련 사업에 집중되고 있다. 국가가 가지고 있는 인적·물적 자원을 국가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과거 정부는 중화학 공업, 철강, 자동차, 선박 산업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육성해서 큰 성공을 거뒀다. 또 전전자교환기 개발, CDMA 도입, 광통신망 보급 등 굵직굵직한 국책사업과 정책적 결단을 통해 산업 발전 동력을 정부가 제공해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신생국가나 저개발국이 비슷한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을 사용했음에도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 또한 인지해야 한다.

대세로 떠오른 AI 분야의 경우 지난 수십여 년 동안 여러 번 비슷한 유행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보편적인 AI 서비스 등장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발전한 컴퓨팅 기술, 메모리 기술, 전파통신네트워크 기술, 암호화 기술 등이 기반이 됨으로써 실질적인 결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핵심 기술들이 함께 발전하지 못한다면 그 유행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며,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바도 제한적일 것이다.

자주 언급되고 있는 인공위성을 이용한 이동통신 또한 20여년 전에도 유사한 유행이 있었다. 당시에도 국내에서 인공위성 관련 산업이 육성되고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 이리디움(Iridium), 글로벌스타(Globalstar) 등 인공위성 기반 이동통신 서비스 기술에 국내 기업들도 많은 투자를 했지만 대부분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초소형 저궤도 위성 이용을 위한 기술에 대규모 국가 예산을 투입하자고 하는 움직임이 있다. 투자에 앞서 20여년 전에 겪었던 기술적, 경제적, 사회적 난관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 그 난관들을 해결할 방안은 무엇인지 우선 검증해야 한다. 남이 한다고 무조건 따라하는 시대는 지났다.

6G에 필요한 주파수 대역폭을 확보하기 위해 수백㎓ 대역을 사용하면 된다는 식의 순진한 접근에는 놀라움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단편적이고 산술적인 계산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 하지만 서비스를 개발하고 상업화해 시장에 보급하려면 수많은 기술적, 비기술적 장벽을 넘어야 한다. 심지어 물리학 법칙을 뛰어넘어야 할 수도 있는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5G는 3.5㎓ 대역과 같은 낮은 대역에서 보급되고 있으며, 28㎓ 등 밀리미터파 대역에서는 아직 상용화가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국민의 세금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사업에 철저한 검증과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우리 정부는 올해 30조원에 가까운 연구개발비를 투자할 예정이다. GDP 대비 정부 R&D 투자 규모 세계 1위인 만큼 경이적인 숫자다. 문제는 이런 거대 규모의 투자가 우리나라의 잠재적인 성장률을 높이고 국가의 기술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는가다. 결론적으로 국가가 주도하는 투자는 필수불가결한 최소한의 분야인 국방이나 기초연구, 인력양성 등에 집중해야 한다. 민간이 자율적으로 연구와 투자에 나설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는 범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세계적 유니콘 기업들이 국내에 들어오면 70% 이상이 불법이 되는 규제 만능 구조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서비스는 그림의 떡일 뿐일 것이다.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국내 초일류 기업들의 성공방정식을 냉정하게 살펴본다면 정부 투자의 방향성이 명확히 보일 것이다. 정부가 주도해서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과거의 성공방정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이 명확하다. 과학기술이 보편화되고 최첨단 정보통신서비스가 손위에 있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미래는 역시 불확실하고 미지수인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불확실한 미래는 기업인과 연구인, 젊은이들에게는 오히려 무한한 가능성으로 인식되고 있다. 과거의 성공방정식에 연연한 전략이, 그것도 외형적 성과와 정량적 수치에 의존하는 국가주도적 과학기술 투자전략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깊이 자문해 볼 때다.

육종관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한국전자파학회 수석부회장 jgyook@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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