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두 조각 초전도체 비틀리게 쌓아 고온초전도체 원리 규명

포스텍 연구팀이 두 조각 초전도체를 비틀리게 쌓아 고온초전도체 원리를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공기노출이 민감한 다른 물질의 계면연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텍(총장 김무환)은 이후종 물리학과 명예교수·이길호 교수, 통합과정 이종윤 씨 연구팀이 산화구리 기반 고온 초전도체(Bi2Sr2CaCu2O8+x·이하 Bi-2212) 조각 각도를 비틀어 쌓아 고온초전도체의 비등방 초전도성을 검증했다고 2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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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극 이용해 고온초전도체의 비등방 초전도성 검증한 연구팀, 왼쪽부터 이길호 교수, 통합과정 이종윤 씨.

같은 물질이더라도 각도를 비틀어 쌓으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물성이 나타날 수 있다. 초전도체가 아닌 2개 그래핀을 약 1.1도 비틀어 쌓으면 초전도성을 띠는 현상이 그 예다. 그래핀은 결정 방향과 관계없이 물성이 동일한 등방성 결정층인데, 방향에 따라 물성이 달라지는 비등방성 결정층 경우 비틀어 쌓는 각도에 따라 물성이 더 극적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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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2212 비틀림 적층 조셉슨 접합의 전도 측정 모식도 및 (오른쪽) 접합의 확대 구조와 운동량 공간에서 비틀린 위아래 Bi-2212의 d-파 초전도 간격.

특히 비등방성 결정 구조에서 비롯하는 비등방 초전도성은 고온초전도체 원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주사 터널링 현미경이나 각분해능 광전자 분광기기를 통해 고온초전도체의 비등방 초전도성이 확인된 바 있기도 하다.

20여 년 전부터 전극을 이용한 전도 특성 연구로 비등방 초전도성을 확인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접합 시 온도가 800℃에 이르고, 조각을 뗐다 붙였다 하면서 접합 계면의 결정 구조가 변형돼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던 상황이다.

연구팀은 반데르발스 비틀림 적층 조셉슨(Josephson) 접합의 전도 특성으로 산화구리 기반 고온초전도체의 초전도 방향성을 확인하고자 했다. 접합 계면의 결정 구조 변형을 막기 위해 반데르발스 힘으로 Bi-2212 결정층을 쌓아 계면에 가해지는 힘을 최소화했다. 이때 불순물이 섞이거나 물질이 산화되지 않도록 공기를 차단한 상태에서 하나의 결정을 위아래 두 층으로 분리한 후 둘을 비틀어 쌓았다.

그 결과, Bi-2212 결정층을 비틀어 쌓은 고온초전도체에서 비등방 초전도성이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연구는 전도 특성으로 고온초전도체의 물성을 확인한 연구일 뿐 아니라, 새로운 나노 공정을 개발한 연구라는 의의가 있다. 연구에서 구현한 미세 박리 후 적층 기법은 공기 노출에 민감한 다른 물질의 계면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길호 교수는 “비틀린 각도를 조절해 새로운 물성을 만들어 내는 트위스트로닉스란 분야가 최근 큰 관심을 받고 있다”며 “비틀림 각도가 물성을 조절하는 새로운 제어 손잡이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 이번 연구는 최근 세계적인 학술지 '나노 레터스'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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