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대란이 의료기기 시장을 덮쳤다. 핵심 반도체가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서 첨단 의료기기 생산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일부 품목은 주문 후 납기일까지 리드타임이 1년 넘게 예고됐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작년 11월 기준 의료기기 탑재용 일부 반도체 리드타임이 420일을 넘겼다고 보도했다. 주문 후 1년 2개월 이상 기다려야 제품을 받을 수 있다. 완성차 시장에 이어 의료기기 시장도 반도체 공급난에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필립스는 지난해 매출을 약 172억유로(약 23조2463억원) 기록했다. 반도체 생산 부진, 물류난 등이 이어지면서 전년 대비 약 3% 감소했다. 프란스 판 하우턴 필립스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한 해 4분기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했다. (이 같은 상황이) 적어도 올해 중반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면서 “부족한 반도체 재고 확보 전망은 그다지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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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는 작년 반도체 업계를 대상으로 가격 동향 및 리드타임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작년 11월까지 미국 상무부에 접수된 160여건 중 의료기기 기업의 어려움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필립스 미국법인은 반도체 공급난 발생 전 통상 8~12주 수준이던 리드타임이 1년 이상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품목에 따라서는 60주를 넘기도 했다. 향후 6개월분으로 2164만달러 규모의 반도체가 필요하지만 실제 기대할 수 있는 물량은 1412만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호소했다.

후지필름 산하 미국 초음파 진단 장치 전문업체 소노사이트는 반도체 기업 대부분이 칩 리드타임을 최소 26주로 제시하고 있다는 문서를 제출했다. 특히 프로그래밍 가능 반도체(FPGA), 연산 반도체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재고 부족은 완제품 생산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현재 혈액 투석 관련 제품 일부가 부품 부족, 발송 지연 등에 따른 '한정된 공급' 상태다.

닛케이는 범용 반도체 제품 생산라인 증설이 늦어지는 것을 공급난 장기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익성 낮은 범용제품보다 첨단 제품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어 단기간에 생산량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공급난은 최소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다국적 회계법인 딜로이트는 2023년까지 일부 칩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닛케이는 앞으로 반도체 부족 현상이 서서히 해소돼도 생산량이 적어 구매력이 약한 의료기기 시장 등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봤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