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너티 등 경영참여형 펀드
신창재 회장 부동산 가압류
상장시 투자원금 회수 어려워져
풋옵션 행사 놓고 형사재판 진행
교보생명과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너티컨소시엄 갈등이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교보생명은 올 상반기 기업공개(IPO)로 주주 간 분쟁을 끝내고 싶어하지만 다음 달 예정된 FI 형사재판 결과가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어피너티,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로 이뤄진 FI가 지난 13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부동산(자택) 가압류를 재신청해 법원의 인용을 받아냈다.
지난해 12월 27일 신 회장 자택, 종이증권, 배당금 등에 대한 가압류를 풀어줬던 서울북부지법의 같은 재판부가 이번에 FI 가압류를 다시 받아준 것이다.
FI 측은 이 결정을 통해 재판부가 풋옵션 행사가 유효하다는 점, 신 회장은 그에 따른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 투자자에게 향후 2차 중재를 통해 풋옵션 대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교보생명은 가압류가 신청인의 신청만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걸 근거로 명백한 '흠집내기'라는 입장이다.
신 회장과 교보생명은 유가증권시장 IPO 후 FI가 시장에서 시가로 주식을 팔고 나가라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가압류는 교보생명의 IPO와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대주주와 주요 주주 간 분쟁이 계속될수록 한국거래소가 IPO를 승인하기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공모에서도 제값을 받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교보생명도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교보생명 측은 “가압류를 반복하는 것은 IPO를 방해할 목적”이라고 밝혔다.
FI가 교보생명의 상장 가도를 호락호락하게 둘 리는 없어 보인다. 가뜩이나 생명보험 업황이 좋지 못해 주요 생보사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데 주주 간 분쟁 여지를 그대로 둔 채 상장하면 교보생명 가치가 더 낮게 평가될 가능성이 짙다. 초기 투자금액인 1조2054억원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팔아 손실을 볼 수 있다.
신 회장으로선 IPO 자체가 모험이다. IPO 후 FI가 주식 추가 매수에 나서거나 다른 FI와 연합한다면 신 회장보다 지분이 많아져 교보생명 경영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FI의 교보생명 지분은 24%이고, 신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36.91%다. 신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이 3분의 1을 약간 넘기는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현재 진행 중인 상장예비심사와 다음 달 형사재판 결과에 따라 갈등 국면이 달라질 전망이다. 교보생명은 거래소로부터 상장예비심사 결과를 이달 중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상장예비심사 통과를 자신하고 있다.
또 다음 달 10일 공인회계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FI 임원과 안진회계법인 회계사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지난 공판에서 검찰은 FI 임원 2명에게 징역 1년 등 기소된 5명 모두에게 징역형을 구형했다. FI 임원들과 회계사들이 풋옵션 행사를 위해 교보생명의 주가 가치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서로 짜고 가격을 부풀려 부당이득을 취하려 한 혐의다.
김민영 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