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국내 첫 자율주행 레벨3 차량 판매 시점을 올해 4분기로 정했다. 제네시스 새 플래그십 대형세단 'G90'에 레벨3를 우선 적용한다. 업계 현안인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대응을 위해 자체 연구소를 통한 내재화 노력도 서두른다.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제네시스 수지 전시장에서 열린 G90 발표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 4분기 국내에 자율주행 레벨3를 도입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레벨3를 적용할 첫차는 제네시스의 새 플래그십 초대형 세단 'G90'이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 조건부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3는 정해진 조건 내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현존 양산차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단계다. 현재 레벨3 양산차는 혼다 레전드(일본 내수용) 1종에 불과하다. 대다수 양산차가 부분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2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장 사장은 “(국내) 규제에 맞춰야 해 60㎞/h 이하에서 운전자가 관여하지 않아도 되는 주행 조건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레벨3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여러 시험을 통해 안전하게 하려고 한다. 고속주행 등 안정성이 중요해 확인 작업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레벨3 수준의 첨단주행보조시스템(ADAS) 기술인 HDP(Highway Driving Pilot)를 개발해 올해부터 신차에 순차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실물을 공개한 G90은 HDP 구현을 위해 전면 하단 그릴에 두 개의 라이다 센서를 장착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가속과 감속, 차선 변경, 추월, 조향 등이 가능하다.
국내 법규에 따라 60㎞/h까지 HDP가 작동한 후 이상의 속도에서는 기존 레벨2 수준인 고속도로 주행보조(HDA2)로 전환된다. 당장 출고할 신차에는 이 기능을 탑재할 수 없으므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HDP를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규제가 완화될 경우 HDP 속도도 최고 130㎞/h 상향할 전망이다.
장 사장은 올해 현대차의 가장 시급한 현안인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해소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 반도체 내재화 가능성도 언급했다.
장 사장은 “올 상반기까지는 공급 차질이 있을 것이며 이외 리스크도 있을 수 있다”면서 “구매, 연구소와 같이 지속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장기적으로 반도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데 차후 말씀드리겠다”고 밝혀 내부적으로 반도체 내재화 등을 준비 중임을 시사했다.
올해 제네시스 목표에 대해서는 “작년 연간 글로벌 판매 20만대를 돌파했고, 올해는 22만대로 예상한다. 글로벌 럭셔리 톱10에 들어 이미 혼다 아큐라나 인피니티는 추월한 것으로 본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달 출고를 본격화할 G90의 글로벌 판매 목표는 연평균 2만대로 제시했다. 한국은 물론 북미, 중국 등 주요 시장에도 선보일 예정이다. G90은 억대 가격에도 지난 연말 판매계약 개시 이후 이달 12일까지 18영업일 동안 1만8000대 이상 계약이 이뤄졌다.
장 사장은 G90 전동화 모델 계획에 대해 “초대형 세단 G90이 바로 전동화로 넘어가긴 어렵다”면서 “다른 세그먼트에서 플래그십 전동화 모델을 별도로 계획하고 있다. E-GMP(현 전용 플랫폼) 말고 별도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 제기한 수소연료전지 개발 차질은 포기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수소전기차 경쟁력을 높이고 시스템 개발 목표를 상향시키도록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면서 “(수소 기술을) 2028년 이후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모빌리티 서비스와도 연장하는 것까지 중장기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