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생명보험회사 점포와 계약 대리점 수 모두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악화로 저렴한 보험상품 수요가 늘면서 영업점 수가 엇갈렸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기준 국내에서 영업 중인 23개 생보사 점포 수는 2282개로 집계됐다. 2019년 12월 말 3016개에서 734개 줄었다.
2년 새 국내 영업 본부나 지점 수, 해외법인 수는 거의 그대로인데 규모가 작은 영업소가 1967개에서 1368개로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저조한 영업소 통폐합이 활발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 작년 미래에셋생명과 한화생명이 각각 미래에셋금융서비스와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등 이른바 '제판분리(제조 판매 분리)'를 단행해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을 설립한 영향도 있다. 미래에셋생명과 한화생명 점포 수는 각각 52개에서 1개, 592개에서 42개로 줄었다.
같은 기간 23개 생보사 계약 대리점 수도 6421개에서 6226개로 195개 줄었다. 계약 대리점은 보험사들과 계약을 맺고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법인이나 개인(개인사업자)을 말한다. 코로나19 이후 사라진 생보사 점포와 대리점 수가 929개에 달하는 셈이다.
업계에선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악화로 변액보험, 종신보험 등 고액 보험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요인으로 보고 있다. 또 전속 설계사를 통한 보험 가입 선호도가 커지며 영세 영업소나 대리점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손보사는 반대 모습을 보였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14개 손보사의 점포 수와 대리점 수는 각각 2817개, 2만8253개를 기록했다. 점포 수는 2019년 말 2833개에서 16개 줄었는데 대리점 수는 2만6703개에서 1550개 늘었다. 개인 대리점이 1만6761개에서 1만7907개로 1146개 늘었고 법인 대리점이 9942개에서 1만346개로 404개 증가했다.
손보사들의 점포 수가 비슷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계약 대리점 수가 늘어난 건 GA의 성장과 관련이 깊다. 생명보험 상품은 전속 설계사 등 보험사 소속 직원에 가입하려는 경향을 띠는 반면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장기보험 등 손해보험 상품은 대리점에서의 가입이 대다수를 이룬다.
또 손보사들이 고객과 접점 확대를 위해 소형 대리점과 계약을 늘리면서 대리점 수가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소액 보장성 보험에 대한 수요 증가와 함께 GA 중심 영업 성장이 대리점 수 증가로 이어졌다”며 “개인 대리점은 통상 1인 설계사라고 보면 되는데 이 수가 증가했다는 건 그만큼 손보상품을 찾는 고객들이 늘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