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2]<현장에서> '업역'은 이제 옛말

첫 CES 참관이다. '하루 2만보' '새벽 기사 전송' 등 익히 들어왔던 선후배 기자의 경험담을 모두 체험한 며칠이었다.

5~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를 직접 경험하면서 와 닿은 메시지는 '딥체인지'다. 수많은 기업이 사실상 명운을 건 변신을 추진하고, 그 깊이 또한 얕지 않음을 실감했다.

소니의 전시관은 '내가 아는 소니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소니는 올해 행사에서 전기차 프로토타입 '비전-S 2'를 공개하고 '소니 모빌리티 출범 계획을 밝혔다. 자사 카메라 장비를 탑재한 드론 '에어피크S1'와 나노위성 '스타스피어'를 공개했다. 전시품 가운데 기존 소니를 연상시킬 수 있는 제품은 플레이스테이션이 유일했다. 사명과 게임기가 없었다면 과연 어느 기업 부스인지 알아차렸을까.

3세 경영을 본격화한 '현대가'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가 로봇·인공지능(AI)·빅데이터·자율운항 등 화두를 제시했다. 이들의 발표에 담긴 회사 미래상은 자동차, 조선 기업을 넘어 빅테크 기업의 면모가 느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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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전시관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 연합뉴스

SK그룹은 자작나무가 근사한 전시관을 연출했다. 그 흔한 전기차 배터리 실물 하나 없이 탄소배출 '넷제로'라는 그룹 전체의 목표를 전시관에 구현했다. 반도체·2차전지·정유화학 등 기존 주력 사업의 개별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가치와 목표를 던졌다. 바로 넷제로를 기반으로 한 기업의 사회적역할이다.

CES가 현재보다 미래에 방점을 찍은 전시회라는 점을 감안해도 참여기업의 변모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기업이 시도한 변신은 기존 업역을 허물고, DNA 자체를 바꾸는 수준의 혁신 행보였다.

기업이 던지는 화두, 미래상을 한자리에서 경험하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만 없었다면 200% 만족했을 행사다. 앞으로 주요 글로벌 기업의 준비와 선택도 궁금해진다. 1년 뒤 같은 곳에서 열릴 'CES 2023'이 벌써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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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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