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업계 염원인 '복수의결권' 도입 내용을 담은 벤처기업법 개정안이 결국 지난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 일정과 대선 등 정치 상황을 감안할 때 법안 통과에 상당한 기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정부와 업계는 국회를 지속 설득해 복수의결권 제도를 올해에는 반드시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자에게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벤처기업법)'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벤처기업법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목이 잡혔다. 법사위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일부 의원이 다른 법률과의 충돌 가능성과 기존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처리가 무산됐다.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도 대기업들이 편법 경영승계에 활용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와 벤처업계는 복수의결권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더라도 창업주의 경영권이 흔들리지 않아야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기부는 내년 업무계획에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을 담을 정도로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벤처와 스타트업 업계도 국회 법사위 통과가 불발된 후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업계는 성명에서 “국회에 상정된 복수의결권 허용법안은 재벌 대기업의 편법 경영권 승계수단으로 활용될 수 없도록 차단하고, 부작용 방지를 위한 충분한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면서 “일부 시민단체와 일부 여당에서 제기한 향후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로 인해 벤처업계의 필요와 염원이 묵살되는 현실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상장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허용법안이 시행되면 창업자가 안정적인 경영권을 기반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벤처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받아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일정도 조속한 통과에 걸림돌이다.
오는 11일까지인 임시국회 회기 안에 법사위가 열릴지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이번 회기를 넘기면 2월 임시국회는 대선 직전이어서 법안 논의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대선 이후에는 새 정부가 들어서기 때문에 지금까지와 논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임시국회 회기 내 법사위 개최 여부가 불확실하지만, 법사위 위원들에게 (복수의결권) 필요성을 계속 설명하고 있다”면서 “벤처기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