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화두인 요즘이다. 정당은 여야 할 것 없이 청년전문가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선주자들도 앞다퉈 청년정책을 발표하거나 2030와의 만남 자리를 마련하기에 여념이 없다. 바야흐로 선거 계절이다.
왜 청년인가. 하나는 선거공학적인 이유다. 요즘 청년들은 바빠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없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적어도 본인 주변의 이해(利害)에 관해서는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결집한다. 지난 재·보궐선거처럼 승패의 향방을 가르는 캐스팅보터가 되기도 한다.
더욱 근본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결국 청년 세대에게 미래를 맡겨야만 하기 때문이다. 기술혁신이 팬데믹을 만나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는 가운데 디지털 네이티브인 지금의 2030세대야말로 비대면 시대의 뉴미디어와 여론을 주도하는 가장 중요한 행위자이다. 이들의 관심이 향하는 곳이 곧 '우리 사회가 갈 방향'이라는 구호는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청년을 이해하기가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점이다. 청년들은 투표에서 누구를 선택하고, 왜 그런 선택을 하는가. 게다가 선택의 방향은 매우 빠르고도 빈번하게 바뀌기까지 한다. 누구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기 어렵지만 청년 세대의 정치적 가치에 관한 연구로 일단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는 있을 듯 하다.
이른바 탈이념화 경향에도 스스로 보수 또는 진보라고 규정하는 청년 유권자들은 나름의 정책 선호를 띤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서로 다른 진영의 청년 세대가 아니라 같은 진영의 기성세대와 더 이질적이라는 사실이다. 예컨대 보수적 청년 유권자들은 사회·문화적 가치나 개인적 삶의 태도에서 전통적 보수층과는 꽤나 다른 입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진보적 청년 유권자의 경우 민족과 통일·대북정책에 관해 기성의 진보층과 달리 유보적이거나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정당에서 끊임없이 정치이념의 재정립과 혁신을 시도해야 하는 까닭 가운데 하나다.
그렇다면 기성세대와는 차별적인 청년세대의 가치는 무엇일까. 오늘날 청년들은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자유를 추구하고, 개성과 자기표현을 중시하며, 권위와 위계에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띤다. 상식적인 결론인 것 같지만 어쩌면 중요한 이야기인지 모른다. 그것은 결국 2030세대가 어떤 국가 비전을 선호하게 될지, 궁극적으로는 우리 정치가 청년세대의 상(狀)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와 관련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내세우는 대표적 청년공약은 그의 '기본 시리즈'와 궤를 함께하는 '청년기본소득' '청년공유주택' 등이다. 성남시장 시절 '청년배당'이라는 정치적 실험부터 일관된 노선이다. 이 맥락에서 이 후보가 전제하는 청년이란 도전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존재일지 모르겠다. 커다란 국가의 보호 아래 주거와 생계와 양육을 보장받는, 그래서 미래 걱정 없이 무난한 삶을 살기 바라는 청년이다. 이 청년상이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그러나 전술한 것과 같이 그것이 지금의 2030세대인가 하고 물으면 조심스럽게 아니라 하겠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정책적 모호함에는 우려된다. 적어도 청년정책에서는 그 우려가 일리 있어 보인다. 윤 후보의 청년정책 브랜드는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상대인 이 후보의 정책은 그것의 훌륭함과 별개로 명료하고 유명하다는 면에서 장점이 있다. 청년들과 열심히 소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선보일 선명한 키워드가 절실하다.
청년세대가 꿈꾸는 스스로의 상에 해답이 있다. 감히 제언하건대 그것은 바로 '독립적인 청년'이다. 국가의 역할은 마음껏 도전할 공간을 열어 주고, 가정과 사회와 어쩌면 국가로부터도 언제든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어야 한다. 독립적인 청년은 이 후보의 안정적인 청년과 다르다. 청년의 독립은 경제적 자립만으로 달성할 수 없는 목표이다. 확고한 자아, 창의적 문화, 정서적 자신감이 충만한 청년을 상상한다.
구체적인 정책 수단들은 충분히 연구되고 있다. 어떤 브랜드로 차별화된 철학을 보이느냐가 승부처이다.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도전하는 청년,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립하는 청년, 그러한 청년 독립의 비전을 선언하길 바란다.
곽관용 국민의힘 남양주시을 당협위원장(성균관대 정치학 박사) kkwany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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