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급난 심화...중고 전기차, 신차 가격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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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EV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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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수요와 공급 불균형으로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인기 전기차 출고 일정이 1년 이상 밀렸다. 소비자가 올해 남은 날에 신차를 계약해도 새해가 아니라 2023년에 차량을 인수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면서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을 추월하거나 아예 보조금을 포기하고 구매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27일 신규 계약 기준으로 기아 'EV6'나 제네시스 'GV60' 등 최신형 인기 전기차는 새해 출고 여부가 불확실하다. 일선 영업점은 계약부터 출고까지 기아 EV6 13개월, 제네시스 GV60 12개월, 아이오닉5 8개월 이상 필요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실제 출고일은 지방자치단체별 구매 보조금 수급 현황에 따라 다시 바뀔 수 있다. 기아 영업점 관계자는 “반도체가 많이 들어가는 EV6는 1년 이상 주문이 밀려 있어서 지금 계약할 경우 언제 출고된다고 확답하기 어렵다”면서 “본사로부터 고객 불만이 발생하지 않도록 출고 일정을 수시로 전달하라는 내용의 공문만 받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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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V60

인기 수입 전기차도 출고 대기 기간이 1년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전기차만으로 수입차 판매 4위에 오른 테슬라는 반도체 수급난 등을 이유로 '모델3'나 '모델Y' 등 주요 차종의 신규 계약을 일시 중단했다. 구매 보조금 대상이 아니라 고가 전기차도 상황이 비슷하다. 포르쉐 '타이칸' 등은 1년 이상을 기다려야 살 수 있다.

출고 지연이 심각해지자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을 웃도는 역전 현상까지 발생했다. 출고 기간이 긴 전기차일수록 중고차 시세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중고차는 구매 보조금을 받을 수 없지만 인기 전기차의 중고 매물 시세가 신차 가격의 95~100%에 이른다. 일부 매물은 신차 가격을 추월했다.

중고차 플랫폼 엔카닷컴에 따르면 주행거리 5000㎞ 미만인 2021년식 인기 전기차는 중고차 매물 시세가 신차 가격을 넘어섰다. 신차 가격이 6049만원인 기아 EV6 GT라인은 6100만원에 매물로 등록됐다. 2021년식 EV6 롱레인지 중고차 시세는 5500만원과 6100만원 사이에 형성됐다. 2021년식 테슬라 모델3 등 일부 차종은 중고차 매물이 신차보다 500만원 이상 높게 등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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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3

빠른 출고를 위해 구매 보조금을 포기하고 신차를 구매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이달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EQA를 출고한 김민영씨는 “새해 보조금 상한선이 500만원 낮아지고, 이를 신청하더라도 출고 시점을 장담하지 못해 부득이 보조금 없이 출고를 결정했다”면서 “전기차는 유지비가 싸서 장기적으로는 빨리 운행하는 게 이득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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