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리포트]2022 핀테크 산업동향 '6가지 기술 트렌드'

첨단 정보기술 솔루션에 관한 시장조사에서 금융서비스 부문 비중이 크다. 해외 미디어 인포메이션위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금융권이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도입에 보수적이었지만 팬데믹 이후에 모든 금융서비스가 자동화, 소비자 중심 서비스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 산업을 강타한 혁신 중 하나는 핀테크다. 인포메이션위크, 핀테크 매거진 등 해외 미디어와 시장조사업체가 전망하는 2022년 핀테크 산업 동향은 다음의 6가지로 요약된다.

1. 화이트 레이블 금융 상품 확산

화이트 레이블은 핀테크 분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화이트 레이블이란 서비스형 뱅킹(BaaS)과 핀테크 기술로 구현되는 대표 금융 상품이다. 상품은 금융사가 만들고 제공하지만(금융사=디스트리뷰터) 소비자 서비스는 비금융권 업체의 온라인 플랫폼(=리셀러)에서 이뤄진다. 복잡한 재무관리 환경에서 화이트 레이블 핀테크 솔루션은 기업이 손쉽게 글로벌 결제 게이트웨이를 만들 수 있게 해준다. 디스트리뷰터인 금융사에는 더욱 넓은 고객 기반을 제공하고, 리셀러인 비금융 기업은 신규 고객 서비스에 투입되는 초기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금융서비스 전문 미디어 파이낸셜 브랜드는 임베디드 뱅킹에서 임베디드 파이낸스(금융)로 발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임베디드 뱅킹은 비금융 회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떠나지 않으면서 쉽고 유연하게 예금, 저축, 결제, 대출 등 은행 업무를 제공하는 것이다. 비금융 기업은 고객 유지와 관계 향상의 가치를 얻는다. 컨설팅 기업 매킨지는 “소매유통, 통신서비스, 정보기술(IT), 자동차 제조, 보험사, 물류업까지 모든 산업에서 소비자 대상 서비스에 임베디드 금융서비스를 고려하고 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임베디드 금융이 전통 은행 모델과 고객과 관계에 위협적일 것으로 전망하지만 금융사 역시 2300억달러(약 272조원) 규모로 기대되는 시장에 참여할 기회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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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베디드 금융(이미지 출처= Rosenblatt Securities)

2. 데이터 어그리게이터

데이터 어그리게이터, 즉 데이터 수집 업체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수집업체는 핀테크 기업과 금융기관을 개인 사용자나 기업의 금융 계좌와 연결하고 금융서비스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플래드, 엔베스트넷 요들, MX테크놀로지스 등이 대표적이다. 데이터 어그리게이터의 금융 데이터 수집으로 소비자의 당좌 예금 계좌, 투자 계좌, 신용카드 계좌, 주택담보대출 등을 한 번에 투명하게 볼 수 있다. 이는 화면 스크래핑이나 API를 이용해 은행의 정보에 액세스, 집계, 공유 및 저장하고 소비자 금융 계정 및 거래 데이터를 컴파일하도록 해준다. 가령 엔베스트넷 요들은 금융기관 외부에 있는 투자나 신용카드 등 여러 소스에서 데이터를 찾아 제공한다. 핀테크 기업은 이 투명성을 활용해 자사 고객에게 추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2020년 지구촌에서 매초마다 1.7MB 데이터를 만들었다는 통계가 있다. 핀테크 업체와 고객은 금융 상태를 보다 포괄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다시 방대한 데이터를 생성해낸다. 금융기관은 데이터 수집업체와 협력해 고객 이탈 방지와 서비스 개선에 빅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핀테크 매거진은 중국 내에서 핀테크와 빅데이터 기술이 어떻게 농촌 지역 금융서비스를 개선시킬 수 있었는지 소개했다.

중국은 도시 거주자나 부유층에겐 적극 금융 상품을 제공하고 해당 고객은 이를 통해 자산관리를 할 수 있지만 농촌은 그렇지 못했다. 핀테크 매거진은 중국 은행이 농촌 지역에 소액 대출과 낮은 수익성을 가진 고위험지역으로 여겨 대출을 꺼려왔지만 앤트 파이낸셜과 같은 핀테크 기업이 데이터 분석 기술을 사용해 농촌 지역사회에 접근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전한다. 앤트 파이낸셜은 빅데이터 분석으로 신용위험을 평가하고 보다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핀테크 기업은 중국 농촌지역 자금 부족, 정보 비대칭, 인프라 부실 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디지털 마케팅 채널이나 온라인 판매를 통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지역별로 많은 고객을 모을 수 있게 됐다.

3. 블록체인 기술과 사이버 보안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2021년 세계 블록체인 시장은 49억달러(약 5조8000억원) 규모이며 무려 68.4%의 연평균 성장률로 2026년이면 674억달러(약 8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트랜잭션에서 가장 중요한 금융혁신이 블록체인이라는 점은 두말할 것 없다. 분산화된 관리로 특정 개인이나 기업, 정부, 은행이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첨단 핀테크 기술이 빠르게 채택되고 있는 것에 대해 보안 문제를 염려하지만 안전한 디지털 거래 원장을 만드는 데 블록체인 채택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다. 블록체인은 은행과 금융기관의 비효율성을 제거해줄 수 있는데 이러한 비효율성은 주로 정산과 종료 절차에서 발생한다.

핀테크 산업에 주는 블록체인의 가장 큰 영향은 금융 사기와 사이버 공격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데이터 유출을 막고 비교 분석으로 부정행위를 탐지해낸다. 핀테크 기업은 누군가의 개입이 없는 안전한 정보를 탈중앙화된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하거나 공유할 수 있다. 마켓앤마켓은 △뱅킹과 사이버 보안에서의 확산 △결제와 스마트 계약, 디지털 ID에서의 채택 급증 △정부 차원 이니셔티브 등과 함께 이 시장에 몰려드는 벤처 캐피털 펀딩과 투자로 블록체인 시장이 더더욱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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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시장 전망(출처=마켓앤마켓)

4. RPA·인텔리전스 프로세스 자동화

로봇공정자동화(RPA)를 사용해 금융기관은 비교적 적은 투자로 더 나은 작업 효율성을 얻을 수 있다. RPA는 소프트웨어 봇을 사용해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비즈니스 활동을 수행하는 것으로, 인포메이션위크는 RPA가 단순 반복 업무로부터 인적 자원을 해방시키고 보다 가치 있는 업무에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전한다.

파이낸셜 브랜드 역시 최근 기사에서 2022년 리테일뱅킹 기술 6가지 트렌드 중 하나로 지능형 프로세스 자동화를 꼽았다. 매킨지는 수십년 내에 인력이 수행하던 기존 업무의 절반 가까이가 자동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25년께 500억개 이상 기기가 사물인터넷(IoT)에 연결될 것이며 로봇, 자동화, 3D 프린팅 등을 통해 연간 약 79.4ZB(제타바이트) 데이터가 생성된다는 전망이다.

그랜드뷰 리서치의 RT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RPA 시장은 15억7000만달러(약 1조8000억원) 규모였으며 2021년부터 32.8%의 연간평균성장률로 2028년 말이면 137억4000만달러(약 16조3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랜드뷰 리서치는 “RPA와 머신러닝을 통합하면 소프트웨어 봇 기능을 규칙 기반 프로세스 이상으로 향상시켜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의사결정 기술을 수행할 수 있으며 AI와 통합하면 비정형 데이터의 구조화, 비즈니스 통찰력과 데이터 무결성 향상 등을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 결제 기술의 변화-캐시리스와 음성 지원 결제

캐시리스(cashless), 즉 무현금 결제 방식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신용카드 등 플라스틱 미디어 역시 줄어들 전망이다. 영국은 2026년께 거의 모든 결제에서 현금을 찾아볼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프로세싱 서비스(GPS)에 따르면 스웨덴은 2023년 3월까지 완전 무현금의 디지털 결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페더럴 리저브 뱅크에 따르면 미국에선 2020년 기준 모든 결제에서 전액 현금을 사용하는 비중은 26%, 10달러 이하 소액 결제에서 현금을 사용하는 경우는 47%였다.

무현금 결제는 자동화된 매장 증가와 이에 따라 휴대폰을 통한 비접촉식 결제 수단을 대중적으로 사용하면서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물리적 미디어로 된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발행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음성 기술은 결제를 포함한 전반적인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고 있다. 핀테크뿐 아니라 모든 산업에서 음성 기반 기술은 현재의 ARS 차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는 자연어 처리 기술이 기여한다. 특히 비대면 금융 거래가 확산될수록 자연어 처리 기술에 의한 음성 지원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음성 기술 장점은 키 입력보다 빠른시간 내에 필요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젊은 소비자층에서 카톡 등 키 입력 방식을 선호하는 것은 실제 사람과의 대화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자연어 처리, 자연어 이해, 자연어 생성의 기술 향상은 사람이 아닌 시스템과 상담하지만 사람 상담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대화 및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해주고 이는 은행의 고객 관계 관리 증진에 막강한 도움을 줄 수 있다.

6. 디지털 뱅킹과 지점 폐쇄 가속화

디지털 뱅킹은 사실상 새로운 흐름으로 보긴 어렵지만 2022년에도 가속화될 것임은 분명하다. 팬데믹과 소비자 행태 변화 등을 이유로 비대면 금융 거래가 증가하고 모바일 뱅킹, 디지털 뱅킹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인구밀집도가 낮은 지역에 대해서는 지점을 폐쇄하는 현상을 낳고 있다. 영국 위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2015년 1월부터 매월 54개꼴로 현재까지 4734개의 영국 시중은행 지점들이 폐쇄했거나 폐쇄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만 놓고 보면 736개 지점, 2022년 말이면 추가로 220개 지점이 폐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지점 폐쇄의 가장 큰 이유는 모바일 등 온라인 뱅킹, 디지털 뱅킹의 확산이다. 영국 은행 연합회인 UK파이낸스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영국 성인 3분의 2에 해당하는 72%가 온라인 뱅킹을 사용하고 있으며 모바일 뱅킹 이용자는 절반을 넘어선 54%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통계조사 업체 스테이티스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미국 시민 64.6%가 온라인뱅킹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는 마침내 온라인뱅킹이 금융의 변혁적 도구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점 폐쇄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점당 일일 방문 고객 숫자가 예년보다 줄어들고 있다는 조사도 있다.

디지털 뱅킹은 단지 종이와 현금이 사라진 금융 거래를 뜻하는 게 아니다. 이는 오랜 시간 동안 금융서비스를 장악했던 전통적 중앙집중형 뱅킹 모델에서 분산형의 기술 중심적 뱅킹모델로 전환을 뜻한다. 블록체인도 힘을 보태고 있는 분산형 모델은 DeFi(Decentralized Finance)로 통칭되며 금융 산업 패러다임 시프트를 일으키고 있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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