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가 없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올해 외식업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언택트 가 주요 소비자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기존 오프라인 기반의 대다수 외식 기업은 그야말로 시장에서 슬기롭게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앞다퉈 전개하고 있다.
그동안 소비자를 홈그라운드에 불러들이는 형식으로 활동했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외식업 브랜드가 소비자 집으로 찾아가 일상생활에 스며드는 '외식의 내식화' 양상이 뚜렷해졌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관련 업계와 미디어는 '배달 외식' '간편식' '밀키트' 'HMR' 'RMR' 같은 키워드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각종 통계를 보아도 시장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라 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17조3336억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9조7354억원에서 무려 1.7배 늘었다. 한국농촌경제원은 2017년 100억원 수준이던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가 지난해에는 3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는 통계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중소형 브랜드, 소상공인 등 너나 할 것 없이 시장에 뛰어들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앞으로 방향성 설정이 중요한 시점이 왔다. 그동안 시장 성장이 규모적 측면에서의 단순 성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시장 자체의 내실을 다지는 과정이 필요할 때다. 제품 자체에 대한 품질·가격 경쟁력은 기본이고, 그 이상의 차별화 전략으로 시장 경쟁에 임해야만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 브랜드를 시장에 난립한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할 수 있을까. 필자는 맛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기존의 차별화 전략에서 테크를 기반으로 한 전략을 하나의 현상으로 보고 있다. '푸드테크'와 '프롭테크'를 기반으로 한 외식산업의 기술 혁신 사례를 통해 이러한 차별화에 대한 인사이트를 찾을 수 있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의 경우 치킨 튀기는 협동 로봇을 도입한 첫 가맹점을 오픈하고, 다른 프랜차이즈는 드론을 이용한 배달 서비스 상용화를 준비하는 한편 건물 내 로봇 배달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는 등 외식업계에서의 푸드테크를 활용한 기술 혁신은 이미 시작됐다.
보안 기술 기반으로 무인 결제가 관리 가능한 무인 밀키트 점포도 확장세다. 앞에서 말한 사례와 같이 외식업 브랜드는 자체적으로 기술 혁신을 진행하기보다 IT 업계와의 제휴 협업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갖추는 형태로 브랜드 차별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외식시장과 기술 시장의 동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식업 운영에서 부동산 영역은 브랜드 경쟁력만큼 중요한 요소다. 수년 전부터 외식업 종사자는 '소유하거나 임차한 공간을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 지 오래다. 그 해답에 대한 힌트는 프롭테크에서 찾을 수 있다.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프롭테크는 주로 정보기술(IT)을 접목한 부동산 서비스를 일컫는 용어였지만 최근에는 의미가 확장하면서 외식업 시장에도 프롭테크가 접목된 사업이 생겨나고 있다. 충분히 확장성과 잠재력을 갖춘 기술이기에 현재까지 보지 못한 많은 사업모델이 시장에서 생겨나고 있다.
필자의 회사인 위대한상사 또한 프롭테크 빅데이터를 활용한 공유주방 공간 매칭 플랫폼과 특정 지역의 상권에 적합한 브랜드와 메뉴를 알려주는 새로운 개념의 상권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며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외식업계와 연관된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프롭테크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마이닝 기업과 협력을 통해 상권 맞춤형 물류 체인 확보, 주요 영업시간대 유동 인구 분석을 통한 무인점포 운영,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한 효율적인 공간 관리 등 자체 사업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단순히 원가 절감을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제품을 잘 마케팅할 것인가의 시대는 지났다. 과거 외식 소비자의 편리성에 머물러 있던 테크의 영역이 이제는 소비자의 선택을 만드는 시대가 오고 있다.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어떻게 내 브랜드와 서비스에 적용할 것인지를 고민하며 과열 경쟁 시장에서 슬기롭게 살아남을 나만의 전략을 강구해야 할 때가 됐다. 그 해답은 바로 '기술 혁신'에 있다.
김유구 위대한상사 대표 yg@widaeh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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