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진딧물과 개미의 공생 세계가 있다.
진딧물은 단단하고 뾰족한 입으로 식물의 즙을 빨아 먹는다. 이 바늘 같은 입은 식물의 즙을 빨기에는 최적이다. 그러나 자신을 보호하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한편 개미는 식물의 즙을 빠는 데는 서투르지만 힘이 세고 턱이 커서 싸움에 아주 능하다.
이에 따라 이 둘은 각자의 강점을 활용해서 협력하며 살아간다. 진딧물은 식물의 즙을 섭취한 후 탄수화물인 단물을 배출해서 개미에게 식량으로 제공한다. 개미는 진딧물을 이쪽저쪽으로 옮기며 즙을 잘 섭취할 수 있도록 보호한다. 영국의 동물행동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책 '이기적 유전자'에 나오는 상리공생(相利共生) 이야기이다.
상리공생은 다른 종의 개체들이 상호 작용하면서 이익을 주고받는 관계를 말한다. 진딧물과 개미는 각자의 강점을 활용해 협력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취하는 상리공생 관계를 맺는다. 이 모습은 우리 경제에서 대·중소기업 간 협력 관계와 매우 닮았다.
대기업은 조직, 인력, 자금 등 풍부한 자원으로 무장하고 있어 시장에서 싸우며 경쟁하는 데에는 강점이 있지만 반면에 혁신에는 취약한 편이다. 조직이 커서 관료화되기 쉽고, 조직 내에서 치열한 경쟁에 처한 구성원들은 실패를 두려워해 결과가 불확실한 혁신에 도전하기를 꺼린다. 그 결과 변화에 대응하는 혁신에 취약한 것이다.
한편 중소기업은 비록 경영자원이 부족하고 힘은 미약하지만 몸집이 작고 재빠르기 때문에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혁신에 강점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많은 새로운 기술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개발되고 있는 현실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혁신에 강점이 있는 중소기업과 대외 경쟁에 강점이 있는 대기업이 협력하는 것은 이상적인 상리공생이 된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대기업이 작은 벤처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데 천문학적인 자금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같은 공생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공동으로 이룬 경제적 이익을 함께 나누는 공유 체계가 필요하다. 만약 진딧물이 개미의 보호는 받으면서 단물을 나눠 주지 않는다면 개미와의 공생이 지속될 수 있을까. 이를 편리공생(片利共生)이라고 한다. 한쪽만 이익을 취하는 편리공생은 지속될 수 없는 공생관계이다.
기업 간 상리공생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 바로 협력이익공유제이다. 대기업과 협력기업이 공동의 노력으로 협력사업을 추진하거나 함께 경영 성과를 달성하고, 그 협력의 결과물인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제도이다. 대기업의 이익 규모에 연동해서 협력기업이 기여한 만큼 자율 합의에 의해 대기업 이익의 일부를 협력기업과 나누거나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것이다. 협력기업에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공동협력의 성과를 높이는 것이다.
협력이익공유제는 2018년에 이미 도입됐지만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과 관련 법의 입법 지연으로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 경제는 제조업 경제에서 플랫폼 경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협력을 통해 공동의 매출과 이익 증대를 추구하는 협력이익공유제는 개방과 공유를 근간으로 하는 플랫폼 경제의 특성에 부합하는 미래형 상리공생 모델이다. 협력이익공유제가 조속히 정착돼 대기업과 협력기업들이 각자의 강점을 발휘하며 협력해서 플랫폼 경제를 선도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동학림 호서대 벤처대학원 교수 limdong@hoseo.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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