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조선 시장이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은 올해 수주물량 가운데 60% 이상을 액화석유가스(LPG)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추진 등 친환경 선박으로 채우며 수주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K-조선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52%를 차지하며 중국을 제치고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이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해상 물동량 증가와 함께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배출가스 규제에 선제 대응하려는 선주사의 움직임이 맞물린 결과다. IMO는 지난해 1월부터 선박유의 황 함 유량을 기존 3.5%에서 0.5%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오는 2050년 국제해운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지난 2008년 대비 50%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데 이어 2023년부터는 운항되고 있는 선박에도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선박 배출가스 규제의 초침이 빨라지면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에 동시 대응이 가능한 LPG 추진 선박이 주목받고 있다. LPG는 기존 선박유 대비 질소산화물·황산화물·미세먼지 등 유해 배기가스의 배출량이 80% 이상 적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20~25% 줄일 수 있다. 연료의 보관과 운송도 쉬워서 선박에 연료를 공급하는 벙커링이 편리하다.
세계적인 선급협회인 영국 로이드선급은 LPG 장점에 주목,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LPG 추진선 보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로이드는 올 상반기에 열린 선박연료 세미나에서 LPG 선박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고 메탄·암모니아와의 호환성이 높아 탄소 포집 기술이 더해진다면 넷제로(Net-Zero) 실현을 위한 효율적인 대안이라고 발표했다.
해외에서는 초대형가스선(VLGC) 전문 선사인 BWLPG,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 싱가포르 선사 페트레덱 등이 기존 선박을 LPG로 개조하거나 신규 선박을 발주하는 등 LPG 연료선박 운항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가스연료추진 선박 건조 기준의 사용 연료가 LNG로 한정돼 있어 LPG 추진선 적용을 위해서는 별도의 건조 기준과 LPG 벙커링 기준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담당 부서인 해양수산부는 친환경 LPG 선박의 개발·상용화를 지원하기 위해 2019년 IMO에 'LPG 연료추진선박 건조 기준'의 제정을 제안했으며, IMO에서 회원국 간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소벤처기업부가 부산시 '중소형 선박 LPG 추진시스템 상용화'를 규제자유특구사업으로 선정하면서 국내 LPG 추진선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해당 사업은 부산시 특구지역에서 2022년까지 LPG 하이브리드선박 건조, 소형 LPG 선외기 개발 및 개조, LPG 벙커링을 실증하는 내용으로 현재 해민중공업·해양대 등 10개 특구사업자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부산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국내 최초로 LPG선을 건조해 운항해서 벙커링까지 실증함으로써 기술적 토대를 마련하고, LPG 선박 기자재 산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해수부도 건조 예정인 LPG 추진선 2척에 대해 선박안전법 적용을 2024년 7월까지 면제함으로써 안전을 확보한 선박을 건조해서 실증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기존 벙커C유 대신 친환경 LPG를 사용하는 선박을 부산 규제자유특구 해역에서 운항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다. 해수부는 이번 실증 운항 사례를 IMO 'LPG선 건조 기준' 논의 과정에 활용할 예정으로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특구사업자들은 LPG 선박의 친환경성·안전성과 벙커링 편의성을 성공적으로 증명함으로써 정부의 LPG 선박 건조·보급에 필요한 관련 기준 마련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우리 조선업계의 수출 효자상품인 LPG 추진선에 대한 국내 기준이 아직 없다는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LPG 추진선이 대기환경 개선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조선업계 및 관련 부품산업 발전을 주도하는 신성장 동력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공동의 목표 아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박현창 대한LPG협회 기술사업본부장 hcpark@klpg.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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