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각종 언론과 소셜 미디어에서는 그야말로 '오징어게임'이 대세다.
드라마 콘텐츠 그 자체뿐만 아니라 광고, 게임, TV 프로그램, 대면 축제에서 캐릭터·스토리·의상 등 '오징어게임'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인터넷을 통해 접할 수 있는 곳이라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즐길 수 있다.
그만큼 막대한 부가가치가 창출됐고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이야기다. 오징어게임을 세계적으로 성공시킨 비결은 뭘까. 직전 '기생충' '미나리'와 같은 K-영상콘텐츠가 성공한 비결은? 막대한 투자, 천재적인 감독, 뛰어난 배우, 체계적인 제작 환경 등 많은 요인이 중첩돼 이룩해 낸 성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선 안 될 가장 중요한 요인이 하나 있다. 바로 자유로운 상상력을 존중하고 최대한 보장하는 것. 즉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마음껏 창작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이야말로 K-영상콘텐츠 경쟁력의 원천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통해 K-영상콘텐츠가 세계로 확산, 세계인이 감상할 수 있는 것도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덕분이다.
하루가 다르게 미디어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는 요즘 미처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규제로 말미암아 여러 영역에서 현실과 규제의 간극을 목격하게 된다. OTT 콘텐츠인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영상콘텐츠의 등급분류 체계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 그 가운데에서도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것으로 단연 눈길을 끈다. 현행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상 비디오물은 사전에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등급분류를 거치도록 돼 있다.
올해 국정감사 지적 사항에 따르면 오징어게임 등급 분류에 접수일로부터 무려 21일이 소요됐다. 심지어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내 OTT 웨이브의 경우 2개월 가까이 등급분류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일부 사업자는 등급 분류가 되기 전까지 청소년관람불가로 제공했다가 추후 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할 정도였다.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국내 진출이 공식화되고 국내 OTT 사업자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활발해지게 되면 등급분류 적체현상 심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전 등급분류는 헌법재판소 2004헌바36 결정으로 폐지된 사전심의제도 대안으로 도입된 제도다. '표현의 자유'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 법·제도이기 때문에 등급분류 적체는 K-영상콘텐츠 경쟁력 저하로도 연결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는 자체등급분류제도의 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구체적 제도 내용에 대한 부처 간 이견 때문에 아직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미국, 호주, 영국을 포함한 해외 주요 콘텐츠 강국들은 국가에 의한 사전등급분류제도보다는 민간 자율규제를 통해 표현의 자유 보장과 함께 콘텐츠 이용자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노력해 왔다. 현재 우리가 도입을 논의하고 있는 자체등급분류제도는 사업자에게 등급분류를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미리 마련한 일정한 등급분류 기준에 따라 분류하도록 하는 것이고,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사후관리 조치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이나 이용자 보호가 저해될 공산은 매우 낮다.
아이러니하게도 OTT 콘텐츠보다 공익 규제 요청이 더 강한 방송법상 방송프로그램은 이미 사업자 자체등급분류가 도입돼 있다. 규제 형평성 측면에서도 OTT 콘텐츠와 방송프로그램 등 영상콘텐츠에 대해 일원화된 규제체계 정립이 절실하다.
K-영상콘텐츠 글로벌 경쟁력을 지속 확대·강화하기 위해서는 K-영상콘텐츠 제작과 유통 전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 줘야 한다. 자체등급분류제도를 도입해 법·제도로 뒷받침할 수 있다. 자체등급분류와 같은 민간과 규제기관 사이 협력적 공동규제 체계를 바탕으로 우리 국민은 세계적 수준의 콘텐츠를 향유하고, K-영상콘텐츠는 세계로 뻗어 나가서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미디어 생태계 변화에 발맞춘 신속한 정책·제도 개선이 이뤄지기를 기원한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인공지능·빅데이터 정책연구센터장) kjchoi@ga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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