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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경 한국엔지니어링협회장>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코로나19는 이를 더 촉진하는 계기가 됐으며,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전환이라는 큰 변화를 맞고 있다. 국내에서도 시대적 흐름에 맞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드론, 3차원(3D) 프린터, 빅데이터 등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과 제조업을 융합한 디지털전환이 가속되고 있다. 이제 디지털전환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다.

그렇다면 엔지니어링 산업은 어떠한가. 최근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빅데이터,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엔지니어링 활동에 접목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기술력과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반면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들은 여전히 디지털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발을 쉽게 내디디지 못하고 있다.

엔지니어링은 엔지니어들의 기술과 경험이 핵심 요소로 작용하는 '사람' 중심의 대표 산업이다. 그만큼 엔지니어들의 경험과 각종 시행착오를 거친 숙련도가 기업을 성장하게 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변하고 있다. 다양한 디지털 자료와 데이터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오류의 최소화, 생산성·효율성 향상을 위해 엔지니어링 산업의 디지털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는 이러한 디지털전환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 사업을 선언했다. 그 가운데 중추적 역할을 하는 디지털 뉴딜은 ICT를 전 산업 분야에 융합함으로써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하는 정책이다. 디지털 뉴딜의 핵심은 바로 데이터댐 사업이다. 데이터댐이란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해서 유용한 정보로 재구성한 집합 시스템으로, 이를 활용하면 더 큰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데이터댐 사업의 일환으로 엔지니어링 산업의 디지털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해 5월 엔지니어링 산업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엔지니어링 디지털화를 핵심 목표로 혁신전략을 제시했다. 핵심 추진 과제의 하나가 엔지니어링 산업의 디지털전환을 촉진하고 지원하기 위한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엔지니어링 통합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사업'이다. 플랫폼을 구축해서 기업과 공공부문에 아날로그 형태로 흩어져 있는 양질의 엔지니어링 데이터를 수집하고, 디지털전환을 통해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엔지니어링 과정 전반의 지능화와 디지털화를 실현할 계획이다.

신기술이 보급되면 언제나 그렇듯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다. 빅데이터 구축사업도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설계하다 보면 엔지니어들이 기존 데이터를 지나치게 의존해 새로운 설계 방식을 연구하고 학습하는 단계를 거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 때문에 디지털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2, 3차 산업혁명을 거치며 초기에 드러난 문제들도 결국 해결됐고, 대중은 늘 그 흐름에 적응하며 살아 왔다.

그런데 산업이 디지털전환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데이터 기반 시스템 구축은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하고, 수많은 구성원이 힘을 보태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공감한다. 그러나 생각보다 법, 제도, 인식 등 장벽이 사회 전반에 걸쳐 칸막이처럼 높게 서 있다는 것도 실감하고 있다. '디지털전환'을 누구나 말하지만 정작 그 출발점인 자료와 데이터는 누구나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현실이다.

산업과 업계의 발전, 특히 모두가 받아들이고 있는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발주자와 수행자 모두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엔지니어링 데이터가 산업의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의 생산, 저장, 활용 체계 등 시스템을 구축하고 하나의 생태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요약하면 '엔지니어링 산업의 디지털화'를 통해 엔지니어의 경험에만 의존해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더욱 분석적으로 의사를 결정하고 프로젝트 전 과정에 걸쳐 발생하는 리스크에 선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과품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고객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다. 디지털전환과 함께 엔지니어링 산업이 혁신 성장을 거듭해 대한민국이 세계 속 엔지니어링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해경 한국엔지니어링협회장 leehk@kenc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