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대출 플랫폼' 놓고 금융권-빅테크 충돌
금융권 "플랫폼 종속 심화 우려" 반발
빅테크 "기득권 고수 위한 견제" 대응
車보험도 '비교서비스'로 경쟁 활성화

주요 금융사가 오픈 파이낸스 시대를 준비하고 있지만 정작 '집토끼'는 뺏기고 싶어하지 않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빅테크·핀테크 업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은행 핵심 수익원인 대출과 보험업권의 자동차보험이 대표적으로 갈등을 빚는 분야다. 상위 4~5개사에 고착된 시장 구조를 깨려는 플랫폼 기업들과 '제판 분리' 현상에 맞서는 금융사간 논리 싸움이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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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은행 5개사, 20년 동안 가계 대출시장 80% 점유

당초 지난 10월 출범이 예상됐던 '대환대출 플랫폼'은 연내 출범이 무산됐다. 서비스 준비를 앞둔 상황에서 빅테크와 금융권이 정면충돌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권은 빅테크가 주도하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구축될 경우 플랫폼 종속이 심화될 것을 우려하는 반면에 빅테크 측은 금융권이 기득권을 고수하기 위해 플랫폼을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대응하고 있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 왔던 대환대출 플랫폼은 금융 소비자가 더 좋은 한도·금리 상품으로 대출을 편리하게 갈아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공급자 중심 대출 상품을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정책의 빠른 시행과 성공적 운영을 이유로 빅테크 플랫폼에 은행이 금융 상품을 공급하는 방안을 구상하면서 금융사들이 반발했다. 이와 더불어 고승범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정부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강화되면서 쉽게 대출을 갈아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대환대출 운영 명분에도 힘이 빠졌다.

빅테크 진영에서는 은행권이 '집토끼'를 내주지 않기 위해 대환대출 플랫폼 운영 자체를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바일로 수십개 은행 상품을 비교할 수 있도록 기술이 발전하면서 금융 소비자가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앞서 은행권이 대환대출 플랫폼에 '중금리 상품'만 제공하겠다거나, 현재 대출 상품의 금리 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은행권의 가장 중요한 '밥그릇'인 대출 상품의 경우 주요 5개사가 사실상 시장 지배적 위치에 있다. 금융소비자 대부분이 1~2개 주거래은행에서 월급 통장, 수시입출금 통장, 예적금, 대출 등을 고정적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형은행 5개사(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의 가계자금 대출채권 비중은 전체의 78.9%로 집계됐다. 지난 2001년부터 2020년까지 20년 동안 이들 은행 5개사 평균 비중은 76.0%였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평균 비중은 79.7%로 최근 들어 더 확대됐다.

반면에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가계자금 대출 비중 평균은 지방은행(6개사) 6.9%, 외국계은행(2개사) 5.3%, 기타(산업은행 등 4개사) 6.4%로 나타났다.

수도권 진출을 타진하는 지방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은 대환대출 플랫폼 등장이 시장 고착화 문제를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도권에 오프라인 거점이 부족하거나 없다는 물리적 거리 한계를 대환대출 플랫폼이 상당 부분 해소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손보사 '빅4' 자동차보험 점유율 84%…양극화 더 심화

대환대출 플랫폼 사례와 유사한 갈등이 손해보험사와 핀테크 업계의 '자동차 보험료 비교 서비스' 문제다.

지난 9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계도기간 종료를 앞두고 핀테크 플랫폼에서는 다이렉트 자동차보험료 비교 서비스가 대부분 중단됐다. 금융당국이 보험 비교 서비스를 '광고'가 아닌 '중개'라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은 광고 수수료만 집행할 수 있는 DM(Direct Marketing) 상품으로, 중개 행위에 대한 명목으로 수수료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자동차보험은 자차를 보유한 모든 소비자가 의무가입 대상이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기존 보험 상품을 매년 갱신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기존에 시장을 확보한 사업자가 유리하다.

보험비교 서비스는 이 같은 문제를 올바른 가격 정보 제공으로 해소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보험사와 제휴해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스크래핑하면 각 보험사 조건을 비교할 수 있다. 본인이 원하는 조건을 선택하면 한 화면에 여러 보험사의 정보가 나타나고, 상품을 선택하면 해당 보험사 홈페이지로 이동해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가격 경쟁력만 있다면 중소형 손보사들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보험비교 플랫폼의 활성화 실패로 상위 손보사들의 시장 독점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자동차보험 사업실적'에 따르면 현재 31개 손보사 중 12개가 자동차 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 중 대형사 4곳의 시장점유율이 84.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4개 대형사 시장점유율은 2016년 79.1%에서 2019년 82.3%로 점진 상승해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11개 일반 손해보험사 전체 당기순이익 비중으로 따져도 이들 빅4 점유율은 평균 85.5%(2013~20202년 기준)에 달한다.

특히 1위 삼성화재는 2001년부터 20년 동안 최소 32% 점유율을 고수하며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비교 서비스는 비정상적으로 고착화된 시장 구조를 재편할 수 있는 방안이었으나,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빅4 입장에서는 매년 특별한 영업 없이도 채워지던 실적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환영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나서서 구축하려고 했던 보험 비교 서비스가 번번이 좌초를 겪는 것은 대형 손보사들이 반발과 물밑작업이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