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TV시장의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가 현실화됐다. 전 세계 '위드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외부 활동이 많아진데 따른 수요 감소가 배경이다. 승승장구하던 삼성, LG 등 국내 TV업체도 다소 주춤했다. 일본, 중국 등과 압도적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 세계 TV 출하량은 5039만8000대로 집계됐다. 역대 3분기 최대 출하량을 기록한 지난해 3분기(6290만9000대)와 비교해 24.8%나 하락했다. 일부 기저효과가 있었지만, '위드 코로나'에 따른 피크아웃이 본격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3분기 금액기준 세계 TV시장 규모는 286억 달러(약 33조8624억원)로, 전년 동기(281억 달러) 대비 0.1%에 줄어든데 그쳤다. 출하량은 대폭 줄었지만, 공급금액은 전년 수준을 유지한 셈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글로벌 선두업체의 고화질, 대화면 제품 중심 프리미엄 전략이 먹히면서 전반적인 제품 가격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글로벌 TV 수요 감소는 글로벌 '위드 코로나'가 본격화되면서 예견됐다. 지난해 하반기 집중됐던 TV 수요는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홈 엔터테인먼트 투자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수요 감소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쏟아지면서, 치솟던 LCD 패널 가격까지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이번 분기에는 주춤했다. 글로벌 시장 1위 삼성전자의 3분기 금액기준 점유율은 28.7%로, 전분기 대비 0.5%포인트(P) 줄었다. 3분기까지 누적으로는 매출 기준 30.2%, 출하량 기준 20.6%를 기록해 2006년 이후 16년 연속 1위를 유지했다.
삼성에 이어 2위를 달리는 LG전자는 전분기 대비 0.4%P 줄어든 18.4% 점유율을 기록했다. 점유율은 소폭 하락했지만, 주력인 올레드TV가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출하량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두 업체 합산 점유율 역시 47.1%로 전분기 대비 0.9%P 감소했다. 올해 1분기 52.1%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시장 수요 감소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빠르게 추격 중인 중국 업체는 대체로 선방했다. 글로벌 TV시장 3, 4위를 달리는 중국 TCL과 하이센스는 각각 올해 3분기 8.6%, 8% 점유율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1.25%P, 0.4%P 상승했다. 반면 시장 3위인 소니(9.4%)는 점유율이 소폭 하락, 중국 TCL과 격차가 줄었다.
올해 4분기 역시 수요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 글로벌 TV시장 출하량은 7029만700대로, 해당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블랙프라이데이 등 글로벌 대형 유통 행사가 몰리는 시기지만, 글로벌 TV 수요가 꺾기기 시작한 만큼 전년 수준에는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TV 기업은 수요 감소와 중국 등 경쟁사 추격, 원자재·물류비용 상승 등 다양한 과제에 직면했다. 10년이 넘게 글로벌 시장 선두를 지키게 만들었던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해 초격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출시한 초프리미엄 TV '네오QLED'를 비롯해 마이크로LED TV 등 고화질, 대화면 TV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네오QLED를 포함한 삼성 QLED 제품은 3분기까지 총 629만대를 판매, 연간 판매량 1000만대 목표에 바짝 다가섰다.
LG전자 역시 프리미엄 라인업인 올레드 성장세가 무섭다. 3분기 올레드 TV 출하량은 89만9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80%나 늘었다. 올해 누적으로는 총 263만5000대를 기록, 지난해 3분기 출하량 대비 2배 이상 늘었고, 지난해 연간 출하량도 이미 넘어섰다. 올레드 TV가 처음 출시된 2013년 이후 누적 출하량 1000만대도 돌파한 상황이다.
글로벌 TV 수요가 감소했지만 올레드 TV 수요는 증가하는 것은 희소식이다. 실제 3분기 글로벌 올레드 TV 출하량은 153만9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65% 늘었다. TV 수요가 연중 최고에 달하는 4분기에는 전 세계 올레드 TV 출하량이 사상 처음으로 200만 대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 관계자는 “TV 수요 피크아웃이 본격화되면 상대적으로 저가 제품이 많이 팔릴 수밖에 없어 중국업체가 유리한 상황”이라면서 “기술적 우위는 물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해 중국 등 경쟁사와 격차를 더 벌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