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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북미 출장을 위해 지난 14일 김포공항에 들어서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이제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5일 이건희 전 회장 1주기를 맞아 내놓은 메시지다. 이보다 앞서 8월 가석방 출소 이후 대외에 밝힌 첫 메시지이기도 하다. 짧은 문장 속의 '겸허한 마음' '이웃과 사회'라는 문구도 눈에 띄지만 아무래도 관심은 '새로운 삼성'에 쏠렸다. 우여곡절 끝에 경영에 복귀한 그룹 총수가 그리는 '새로움'은 무엇일까.

그림의 첫 시작은 내부 정비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제도 개편과 정기 임원 인사다. 삼성전자는 이달 11일 사내 게시판에 '중장기 인사제도 혁신과정 중 하나로 평가·승격제도 개편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공지했다. 이번 주 들어서는 임직원에게 개편 방향을 설명, 협의하고 있다. 정해진 바는 없지만 절대평가 확대, 동료평가 도입 등이 협의안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이달 말 개편안을 도출한다.

곧바로 2022년도 사장단 및 임원인사도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사철이면 언제나 그렇듯 여러 소문과 관측이 나돌지만 당일 아침에도 바뀌는 것이 인사 아닌가. 12월 초에 공식 발표되면 이 부회장이 그리려는 새로운 삼성의 방향을 유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는 이 부회장의 북미 출장 결과(또는 성과)가 새로운 삼성의 한 면을 그려 줄 듯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14일 캐나다와 미국 출장을 위해 출국했다. 취재진에는 “(반도체 투자 관련)여러 미국 파트너를 만날 것” “(모더나 본사 소재) 보스턴에 갈 것 같다”면서 출장 목적을 비교적 명확히 전했다.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은 5년 만이다. 출장을 통해 삼성전자의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공장 부지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의 결정에 따라 현지 지역경제는 물론 국내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후방 업체의 해외 생산 지도도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지난 2019년 삼성전자가 제시한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목표도 신규 투자 성과에 따라 갈릴 것이다.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진과의 면담도 기대를 모은다. 이 부회장은 16일(이하 현지시간) 누바 아페얀 모더나 이사회 의장, 17일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바이오와 차세대 이동통신이라는 미래 성장사업을 두고 내놓을 성과가 주목된다. 이 가운데 바이오 분야는 비즈니스 차원을 넘는 추가 공조의 기대감이 높다. 이보다 앞서 이 부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에서 생산하는 모더나 백신을 앞당겨 공급하는 과정에도 기여했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새로운 삼성'에 쏠리는 외부의 관심이 이래저래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민간 기업이니 새로운 그림의 초점은 마땅히 성장에 맞춰지겠지만 '이웃과 사회' 관점에서 보면 또 다른 역할이 요구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아직은 '새로운 삼성'의 모습이 어떻게 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새로운 삼성이 지금의 삼성보다 나을 것이라고 보장하기도 어렵다. 다만 한국 경제와 산업에서 차지하는 삼성의 비중을 생각하면 새로운 삼성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동안 숱한 성공 속에서 실패와 과오 또한 적지 않았다. 하나의 기업이 아니라 한국 경제를 응원하는 마음에서 이 부회장의 새로운 삼성 만들기를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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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전자모빌리티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