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투 트랙 입법' 합의
ICT 부처 역할론·보호범위 조정 초점
입법 대상 대기업 한정 '규제 최소화'
세부 법 제정 과정 '갈등 불씨'는 남아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온라인플랫폼 규제 입법을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두 곳에서 모두 관할하는 이원화 체계를 갖추기로 합의했다. 애초 법률 제정이 아닌 전기통신사업법과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통해 온라인플랫폼 규제 기준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거대 온라인플랫폼 독점 규제 등에 대한 미국, 영국 등 글로벌 입법 추세와 새로운 법률 제정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 법률 제정으로 선회했다.
당정청은 최근 협의회를 통해 온라인플랫폼 관련 '투 트랙 입법'에 합의했다. 방통위는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법, 공정위는 정부안 등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을 각각 추진하는 것이 골자다. 쟁점이던 규제 중복에 따른 우려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전문 부처의 역할론과 이용자 보호 범위 등에 대한 두 위원회의 이견을 조정했다.
당정청은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법 제정안에서 공정화법 제정안과 중복 조항은 모두 삭제하기로 했다. e커머스 입점사업자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한 금지행위 규정은 이용자보호법으로 일원화한다.
공정위가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규제 대상 선정과 온라인플랫폼 중개사업자 실태조사를 할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통위와 협의해 추진하도록 의무조항을 신설한다. ICT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전문 부처 역할과 전문성을 인정한다는 차원이다. 이밖에 매출, 이용자 수, 서비스 특성 등을 고려해 규제 대상을 명확히 하자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입법 대상을 거대 온라인플랫폼 기업으로 한정하기로 한 것도 특징이다. 자칫 스타트업 등의 초기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막자는 차원에서 규제 대상은 최소화하고 입법 취지는 살리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주도로 큰 틀의 합의는 이뤘지만 세부 법 제정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여지는 남았다는 관측도 있다. 공정위는 방통위 P2B 규제, ICT 주무 부처는 공정위가 ICT 기업 규제를 무리하게 추진할 가능성에 대해 각각 부정 기류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또 내년 3월 대선을 앞둔 만큼 법제화와 전담 거버넌스 결정을 차기 정부로 미루자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