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콘텐츠와 실물경제 관문을 장악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공정성 확보가 글로벌 정책 화두로 부상했다. 전문가는 우리 정부도 주요국 규제동향을 참고해 정부부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협업을 강화하고, 혁신과 규제를 조화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와 법무법인 세종이 14일 공동개최한 '온라인 플랫폼의 혁신과 규제' 웹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는 국내외 온라인플랫폼 규제 동향을 분석, 방향성을 제시했다.
정혜련 경찰대 법학과 교수는 미국, 유럽연합, 중국 등 글로벌 온라인플랫폼 규제 동향을 소개했다.
미국 의회는 '경쟁반독점혁신법(CALERA)'을 비롯, 온라인플랫폼 규제 5대 패키지법안을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추진하고, 일본은 '플랫폼투명화법'을 제정, 시행 중이다. 중국은 기존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온라인플랫폼 정의와 규제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
정 교수는 “주요국은 기존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는 노력과 동시에 온라인플랫폼 특수성을 반영한 새로운 제도 입법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해외 규제 사례를 참고해 기존 법률 체계에 관해 체계적이고 심도깊게 기업의 행태를 관철하도록 법률간·부처간 협업을 통해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정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방송통신위원회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법'과 공정거래위원회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을 비교·분석했다.
공정위와 방통위 법안은 공통적으로 계약해지, 변경, 서비스제한에 대한 플랫폼기업의 사전통지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색·배열 순위 원칙과 관련해서도 약관에 기재하거나(공정위), 공개하도록 원칙을 명시했다. 이외에도 방통위 안은 데이터전송 요구권을 명시한 점을 특징이다.
황 변호사는 “현재 국회에는 총 17개 플랫폼 관련 규제 법안이 발의 됐는데, 혁신산업 관점에서는 규제 불확실성이 시장 활성화를 저해시킨다”며 “기존 방식 연장선이 아닌 새로운 플랫폼의 구조·행태를 고려한 새로운 규제프레임워크, 방법론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성환 아주대 교수 역시 “코로나19 대유행을 극복하는데 플랫폼기업이 기여한 바도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플랫폼 분야가 기술적으로 어렵지만, 특수성을 반영한 규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민 성균관대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 도입 과정에서 세계적인 플랫폼을 보유한 우리나라 산업 특성도 고려해 기업 혁신을 활성화하기 위한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며 “규제를 도입하기 쉬운 부분, 저항이 약한 부분을 우선 규제하고 정작 규제가 필요한 분야에 규제를 후순위로 미루는 경향이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부처는 이같은 제언을 토대로, 유연하게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마련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최성호 방통위 사무처장은 “일반독점은 경쟁당국,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특수적인 불공정은 산업당국이 관장하는게 적절하다”며 “특수성과 일반성을 조화시켜나가는건 섬세한 규제설계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며, 방통위는 법제 대안과 조정안 제시로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규제를 추진할 때에도 부처별 전문성을 발휘하면서 온라인플랫폼 혁신성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게 바람직하다”며 “과기정통부도 플랫폼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곧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