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통신기업 NTT가 독자 광 전송 기술과 글로벌 협력망을 무기로 글로벌 '6G 이동통신' 주도권을 노린다. 6세대(6G) 핵심기술을 신속하게 국제 표준화해서 한국을 비롯한 경쟁국을 멀찌감치 따돌리겠다는 전략이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사와다 준 NTT 대표는 지난 16일 열린 '연구개발 온라인 강연'에서 “독자 광전송 기술을 사용하는 차세대 통신 기반 'IOWN'(아이온)을 산업계 전체로 확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NTT '아이온' 기술은 반도체에서 네트워크까지 빛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게 핵심이다. 전자를 이용하는 기존 통신과 비교해 약 100배 빠른 속도로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하는 게 목표다. 소비전력은 현재보다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여 탄소중립 실현에도 이바지한다.
NTT는 오는 2025년 반도체 간 전송, 2030년 반도체 내부 전송에 빛을 활용할 계획이다. 늦어도 2020년대 후반에는 휴대폰 기지국 등 이통에도 광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사와다 대표는 아이온 기술 확산을 위해 일본, 미국, 유럽, 아시아 등에서 협력 기업을 모집한다. 지난해 1월 설립된 '아이온 글로벌 포럼'에는 지난달 기준 총 79개 기업·단체가 참여했다. 2030년까지 정보기술(IT), 통신 등에서 총 100개 기업과 단체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앞으로 포럼에 참여한 기업이 각각의 기술과 노하우 기반으로 협업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컨대 인텔은 광기술을 활용한 반도체, 소니는 센서 기술과 아이온 통신기술 융합 기반 엔터테인먼트 솔루션을 각각 연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NEC, 에릭슨 등은 통신기기와 인공지능(AI)에 활용하기 위한 '범용 화이트박스' 상용화에 힘을 모을 것으로 내다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NTT가 아이온 확산을 위해 'i-모드'를 반면교사로 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NTT 이통 자회사 NTT도코모는 지난 2000년대 독자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 i-모드의 해외 진출을 노렸지만 결국 국내에서만 이용하는 '갈라파고스화'(고립)에 빠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이온'은 (i-모드와 달리) 이른 단계부터 해외 대기업들과 협력한다”면서 “앞으로 기술을 어떻게 제품·서비스에 응용해서 시장을 넓힐지가 과제다. 많은 부품 제조사를 끌어들이기 위해 전력 소비 등에서 구체적 성과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