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43세, 남)는 최근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에 가입하려 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A씨의 경우 40대로 실손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선 방문진단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거절 사유였다. 다만 설계사는 A씨에게 치아보험과 건강보험 등 대표 인보험에 가입할 경우 이런 방문진단 심사를 거치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보험사의 실손보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됐지만, 소비자 가입 문턱은 여전했다. 손해율을 이유로 대부분 보험사가 상대적으로 고연령층의 실손보험 가입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전자신문이 입수한 11월 기준 보험사의 '실손보험 가입연령 및 단독가입 가능 여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4세대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13개 보험사 중 방문진단 없이 단독가입이 가능한 곳은 총 7개사(롯데손보, 삼성화재, 흥국화재, NH농협손보, MG손보, 삼성생명, 한화생명)로 나타났다.
앞서 금융당국은 보험사 손해율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해 7월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했다. 4세대 실손보험은 손해율 상승의 주원인인 비급여 전체를 특약으로 분리해 비급여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가 상승하는 차등제를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직전 1년간 비급여 지급보험금에 따라 5등급으로 구분해 비급여(특약) 보험료가 할인·할증된다. 직전 1년간 비급여 보험금 지급액이 없다면 반대로 보험료를 할인한다.
실손보험 단독가입이 가능한 곳 중 롯데손보는 18세까지만 가능했으며, 이후에는 방문진단 심사를 거쳐야 했다. 흥국화재는 30세까지만, 농협손보와 MG손보는 각각 39세로 30세대까지만 방문진단 심사 없이 단독가입이 가능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경우 단독가입 연령은 높았지만, 전체 가입 가능한 나이는 60세, 49세로 66세까지 가입할 수 있는 손해보험사보다 낮았다.
단독가입은 방문진단 심사나 추가 보험상품 가입 없이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 보험사는 현재 방문진단 심사 시 추가 자녀보험, 인보험 등에 가입하면 해당 심사를 거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방문진단 심사는 간호사가 가입자에게 방문해 혈액과 혈압, 소변검사 등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대표적인 디마케팅에 해당한다. 디마케팅은 회사 정책으로 고객 구매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말한다.
이외에 메리츠화재와 한화손보, KB손보, 현대해상, DB손보, 농협생명은 연령에 상관 없이 필수적으로 방문진단 심사를 거쳐야 실손보험 가입이 가능했다.
현행 감독규정에서 보험사 실손보험 끼워팔기를 금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중복가입 방지와 불필요한 상품을 끼워 파는 행태를 줄이기 위해 2018년 4월 단독상품으로만 실손보험을 판매하도록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했다.
업계는 이에 대해 과도한 실손보험 손해율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답변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실손보험 손실액은 1조4128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1조1981억원)보다 17.9% 증가한 규모다. 손보사 실손보험 점유율이 82%라는 점을 고려하면 생보사까지 합친 상반기 손실액은 1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됐지만, 전체 실손보험 손해율은 여전하고, 이에 따른 보험사 손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이 끼워팔기를 금지하고 있지만, 팔수록 손실이 커지는 실손보험 손해를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