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넷플릭스를 통해 최근 유행하고 있는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봤다. 넷플릭스는 화면에서 내가 또 볼 만한 다양한 콘텐츠를 추천하는데 이를 통해 두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더 보게 됐다.
넷플릭스에서 콘텐츠를 추천하는 엔진이 인공지능(AI) 기반 대표 서비스다. 내가 보거나 검색한 콘텐츠 속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용자들의 선택을 AI 엔진이 학습한다. 내 특성과 유사한 다른 고객군이 선택한 데이터를 학습해서 나에게 콘텐츠를 추천한다.
이러한 서비스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내 취향과 선호를 보고 놀라기도 한다.
이제는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기계에 의해 내 선택과 삶이 결정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AI 기술이 발전하고 확대되면서 단지 특수한 산업 영역뿐만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삶과 선택의 순간까지도 개입해서 변화를 주려 한다.
인류는 증기기관을 만들어서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이로 인한 환경 파괴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에게 위험성을 경고하고, 환경 회복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그렇다고 내연기관에 그 책임을 돌릴 수 있을까. 증기기관을 발명한 발명가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AI가 향후 만들어 낼 수 있는 새로운 변화에 대해 다양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인간의 고유 영역을 AI가 침범하는 경우도 그 하나일 것이다. 인간 내면에서 주체적인 의사결정을 제약하는 환경이 도래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AI는 산업적으로 많은 효율을 증진할 것으로 예견된다. 실제 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곡식을 우마차가 끄는 수레로 운반하다 증기기관이 장착된 열차나 선박으로 운반하면서 느끼는 차이와도 유사하다. 즉 변화는 이미 시작됐으며, 이러한 변화가 만들어 낼 세상은 실로 획기적인 내용이 될 것이다.
기술은 항상 삶을 변화시키고, 그에 따라 다양한 긍정적 요소도 만들고 부정적 요소도 만든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각 기업은 AI를 적용함에 윤리성·형평성·공정성 등을 해하지 않는지 고민하고 감시하며, 개선해 나가야 한다.
정부와 기관에서도 AI를 통해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르는 차별이나 불공정 등에 대한 규제와 감시를 적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개인 차원에서는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는가. 우선 의사결정이나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 AI를 적용한다면 이러한 결정이 다른 문제점을 일으키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면밀한 고민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개개인도 스스로 크고 작은 의사결정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주어진 선택지 가운데에서 선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이 나의 자유의지를 통한 주체적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어야 한다.
지방에 있는 부모가 병환으로 아플 경우 우리는 자동차를 급히 몰면서 간다. 통화해서 안부를 여쭙고, 온라인으로 병원 진료를 예약하기도 한다. 기술은 인간 삶의 해방과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영역이며, 이러한 부분에 잘 기여하고 있다.
다만 인간이 눈앞의 편리함이나 이익만을 추구해서 인간의 번영과 행복에 역행하는 부분에 기술을 적용하게 된다면 그 부작용은 인간을 다시 억압하는 상황으로 변화한다.
AI로 인해 발전하는 세상에서 배려, 공동체의 사랑, 인간성이 살아 숨 쉬게 하기 위해 우리는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산업적·사회적·개인적 노력을 더욱더 해야 한다.
신성원 원투씨엠글로벌 대표 sowny@12c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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