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국회 방문 자리에서도 망 이용대가와 관련해 국내 통신사에 낼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250억원을 투자해 1조원의 수익을 거둔 오징어게임과 관련해 넷플릭스는 제작사에 대한 추가 보상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처음 밝혔지만 세부 내용은 내놓지 않았다. 국회에선 '이럴 거면 왜 왔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공공정책 부사장은 3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차례로 면담했다. 전날 방송통신위원회에 이어 여야 의원도 넷플릭스에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 조성과 통신망 인프라에 대한 책임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김영식 의원은 “한국에선 백화점과 같이 교통혼잡을 유발하는 건축물은 교통유발 분담금을 납부한다”면서 “인터넷망 혼잡을 유발하는 넷플릭스와 같은 사업자도 혼잡 유발에 따른 대가를 납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딘 부사장은 “망 이용대가와 관련해 SK브로드밴드와 소송에 들어갔지만 이는 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면서 “기술 협력 등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넷플릭스가 자체 구축한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인프라를 이용, 통신사 망 부담을 일부 경감하기 때문에 망 이용대가를 낼 수 없다는 기존 입장에 해당한다.
김 의원이 망 이용대가 공정계약을 의무화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딘 부사장은 “법안이 최신 기술의 도입을 저해하지 않고, 공정한 망 이용대가 책정과 거둬들인 망 이용대가의 공정한 사용이 가능하도록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의원은 “망 이용대가와 관련해서는 대통령과 여야의 의견이 일치된 상황”이라면서 “정기국회 내에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개정법률안 통과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 제작사에 250억원을 투자하고 1조원의 수익을 독식한다는 비판에 대해 딘 부사장은 “제작사와 추가적인 보상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식석상에서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 흥행에 대한 추가보상 언급은 처음이지만 구체적인 방식과 규모는 여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이원욱 의원도 콘텐츠 상생과 망 이용대가 공정성 강화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딘 부사장은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한국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며 산업에 기여하겠다는 입장만 재확인했다.
국회와 정부에는 SK브로드밴드와 망 이용대가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국회와 정부, 언론을 이용해 과도한 '노이즈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개선책 없이 모호한 문구로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자신의 유리한 주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지난 1998년 부당한 칩셋 로열티 문제로 궁지에 몰려 있던 퀄컴이 배순훈 정보통신부 장관 면담을 요청했지만 정통부가 거부했다”면서 “당시 정통부와 같이 현안에 대한 대책 없이 빈손으로 오면 안 된다는 점을 넷플릭스에 분명히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넷플릭스는 4일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만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