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배터리의 날' 자축만 할 수 없다

11월 1일이 '배터리 산업의 날'로 명명됐다. 한국전지산업협회가 배터리를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자는 의미를 담아 매년 이날 기념식을 열기로 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정보통신 등 이미 기념일을 제정한 산업처럼 배터리도 어엿한 대한민국 핵심 산업으로 대접받게 된 셈이다.

배터리 산업은 고공성장을 예고했다. 전지협회는 오는 2025년엔 세계 배터리 시장이 1600억달러 규모로 급팽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490억달러 규모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추월한다.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배터리 산업의 질주는 거침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바야흐로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시대를 지나 배터리 전성시대가 열린다.

장밋빛 전망에 따라 배터리 시장은 격전장을 방불케 한다. 한·중·일 3국의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80%에 이른다. 톱10 기업에 중국 5개, 한국 3개, 일본 2개가 포진했다. 시장 선점을 놓고 공장 증설 경쟁이 뜨겁다. 여기에 유럽 기업과 미국 자동차 제조사까지 가세했다. 소리 없는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배터리 산업은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같은 장치산업이다. 누가 먼저 규모의 경쟁력을 갖추느냐가 관건이다. 한마디로 품질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공급하는 기업이 독식한다. 초기의 막대한 투자가 성패를 좌우한다. 이런 측면에서 두려운 상대는 중국이다. 세계 1위 CATL로 대변되는 중국 기업은 정부의 든든한 보조금을 기반으로 이미 일본, 한국을 추월했다. 쩡위친 CATL 회장은 “일본은 배터리를 발명했고, 한국은 육성했으며, 중국은 일류 배터리를 만들어 선도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국은 이미 디스플레이 산업 주도권을 중국에 뺏겼다. 배터리는 오히려 중국이 앞서 나간다. 핵심 산업이 잇따라 중국으로 넘어가면 한국경제는 모래성이 될 수밖에 없다. 배터리 산업의 날이 자축의 장으로 그쳐선 안 되는 이유다. 우리 배터리 산업의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긴장의 장이 돼야 한다. 대·중소 기업 간 동반성장 전략을 공유하고, 정부 육성책을 끌어낼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배터리 산업의 날을 맞아 우리 산업계가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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