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전기차 이용자 단체인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가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충전기 유지보수 관리실태를 지적했다. 정부가 주안점을 두고 있는 국내 충전기 물량 확대보다는, 오히려 정부의 보급한 충전기 유지보수까지 최소 2~3주 이상 걸리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20일 김성태 한국전기차사용자 협회장은 이날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 정부의 전기차 충전기 운영 관리 실태에 대해 질타했다.
이날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기차 이용에 따른 가장 큰 불편함을 묻는 질문에 김 회장은 “우리가 흔히 아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의 전기차 충전기는 전혀 부족하지 않다”며 “사용자 입장에서 가장 불편한 건 충전기가 고장나면 수리하는데 까지 최소 2~3주 걸리는 정부의 관리 실태”라고 꼬집었다. 그는 20일 국감장 출석을 위해 국회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소를 찾았지만, 이 역시도 고장이 난 채 방치되는 사례를 들어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환경부 충전시설의 노후화나 충전 속도 불량 등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김 회장은 “원래 충전 속도의 1/3이나 1/4 수준으로 나오는 잘못된 충전기가 많은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의 완속충전기 보급사업 문제점도 언급했다. 김 회장은 “환경부 완속충전기 보급사업은 정부가 설치만 하면 돈을 주게 돼 있다”면서 “설치만으로 돈을 주다 보니 설치하는 데만 급급해 실제 사용자 접근성과 떨어지는 곳에 충전기가 많다”고 강조했다. 1년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충전기가 많은데도, 지금도 같은 보조금 정책을 펴고 있어 정책 개선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이어 김 회장은 “급속충전기의 고장 접수 후 A/S 완료까지 일정 시간을 넘기면 다음 입찰에 패널티를 주고, A/S 프로세서도 간소화해야 한다고 환경부 측에 건의했다.
이어 장철민 의원이 충전시설에 대한 불편함 해소 방안을 묻는 질문에 김 회장은 '민간 이양'만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민간은 정부와 달리 수익을 내야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유지보수관리에 철저할 것”이라며 정부는 민간 업체가 정부의 충전인프라를 잘 받아서,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날 한정애 환경부장관이 전기차 사용자들은 완속충전보다 급속을 더 원한다는 발언은 논란이 됐다.
한 장관은 “(충전소)위치는 괜찮은데 한국인들 성격상 완속을 기다리기 어려워 사용률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전기차 사용자들은 완속보다 급속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용자들은 전기차 사용 실태와 정반대의 발언으로 이런 잘못된 정보로 인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안감을 우려했다.
전기차사용자협회 관계자는 “환경부가 전기차 이용환경이나 요구를 잘 모르기 때문에 충전기 보급사업이 오로지 물량 늘리기에만 급급한 것”이라며 “보통의 사용자는 집이나 회사에서 주차하는 동안 충전하는 걸 가장 선호하며, 급속은 요금이 비싼데다, 배터리 수명 단축에도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정부의 지나친 충전기 보급 목표 논란에 대해 한 장관은 “완속 충전기 50만대는 목표일 뿐, 밀어내기 식으로 반드시 다 채운다는 건 아니다”며 “급속충전기를 더 보급하기 위해 기존의 주유소와 연계, 활용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상대적으로 유지보수가 잘 되는 H사나 테슬라 같은 경우는 (충전기가) 몇 개 안되기 때문에 신속하게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충전사용량, 충전혼잡도, 평균 사용량, 1회 충전량, 충전 시간 등 데이터 관리가 전혀 안되기 때문에 사용자 접근성과 편의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근 민간 충전업체들이 전액 정부 돈으로 받은 충전소를 다른 회사에 지분 넘기면서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다”면서 “환경부가 이런 식으로 민간 업체에 돈을 벌게 해주는 건 시정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민간 업체들과 협의를 통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는 643명의 국내 전기차 이용자를 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다수 회원들의 의견과 회의를 거쳐 이번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