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이 시행됐다. 그리고 금융산업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도입됐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 인가, 영업행위 등 규제 적용을 최대 4년간 유예하거나 면제해 주는 획기적 제도였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시행 2주년을 맞아 운영성과를 점검하고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총 139건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했고 이 중 78건이 시장에 출시돼 테스트 중이라는 긍정적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규제 샌드박스는 아이들의 모래 놀이터처럼 기업이 신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을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 주는 제도다. 자료에 따르면 이 제도는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2016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된 제도이기도 하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역시 이들 규제샌드박스가 핀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것이다. 앞서 언급한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은 정부 8대 혁신성장 선도사업 일환이기도 한 핀테크 기업의 새롭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시험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되기도 했다.
제도 운영도 기존 규제 기반 제도와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수요조사를 접수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컨설팅을 지원해 정식 신청이 순조롭게 접수될 수 있도록 하고 그다음으로 실무적 검토, 혁신금융심사위원회를 거쳐 금융위원회에서 의결하는 순서로 신속한 신청과 처리가 가능한 절차로 구성됐다. 나아가 혁신적 아이디어나 기술을 신속하게 테스트하거나 사업화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책도 포함하는 등 그 자체로 기업과 산업 혁신을 위한 여러 고려를 하고 있다는 것이 이 제도의 안착을 가능하게 했다.
이런 지정 결과를 보아도 여러 긍정적 면이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으로 우리 경제활동에 있어 비대면 서비스 확산이 절실해졌고 이 같은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하는데 혁신금융서비스가 크게 기여했다. 또 이 같은 과정에서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맞춤형 서비스가 개발되고 실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서비스 혁신은 다양한 소비자 서비스 혁신 아이디어가 배양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암호화 기술 등이다. 이들 기술들은 어느 산업보다 금융 부문에 신속히 적용될 수 있고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이런 기술들이 서비스되고 새로운 비즈니스가 되고, 새로운 스타트업과 기업이 되는 과정이 그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겠다. 그 과정에는 실패 위험을 감당하는 도전 과정이 있고 기존 제도와 규범과 인식이라는 어느 하나의 기업이나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넘어설 수 없는 장벽도 존재한다.
기업과 산업 혁신이야말로 그 사회의 도전성,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성 그리고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진취성 같은 사회적 자본의 총아이자 결과물이다. 혁신은 혁신을 시도하는 누군가만의 몫이라는 시각은 이들 시도를 막는 가장 힘든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와 여타 샌드박스 제도는 이제 만 2년 도입기와 정착기를 거쳐 본격적 성과를 향한 항해를 하고 있다. 제도를 책임지고 있는 금융위원회는 물론 여러 관련 부처의 노력이 이 제도의 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천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이것이 우리의,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위한 시도라는 점을 우리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정부와 기업과 산업의 노력은 성과를 내기 한층 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이 성과는 우리 모두의 몫인 셈이다.
박재민 건국대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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