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기업 머크가 2025년까지 한국에 약 8200억원을 투자한다. 국내 생산시설이 썰물처럼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역으로 대규모 투자가 유입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머크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 소재 생산과 연구개발(R&D) 시설을 확충한다. 지난 4월 27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뒤 투자금을 3배나 증액했다. 그만큼 한국 소재 산업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 강국이지만, 해외 기업 유치에 괄목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종종 미국 정부가 한국, 대만 등 세계 유수기업을 줄줄이 유치한 것과 대비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머크의 대규모 투자 소식은 가뭄의 단비 같다.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머크 투자를 좋은 성공사례로 만들면 해외 기업 유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하나의 기대도 있다. 머크는 세계 최장수 기업이다. '머크웨이(Merck Way)'라는 특유의 경영철학으로 350년간 지속 성장했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 산업혁명, 정보화혁명 등 굴곡의 근·현대사를 거치면서도 살아남았다. 우리나라 100대 기업의 평균 역사가 50년을 겨우 넘긴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저력이다. 350년 넘게 사업이 번창했다면 분명 경영을 올바르게 해왔다는 뜻일 터이다.
실제로 가족회사로 시작한 머크는 철저한 소유와 경영 분리로 귀감이 되고 있다. 또 인재 중시 경영, 의약과 화학으로 리스크를 분산한 사업 포트폴리오 등은 세계 유수기업이 앞다퉈 벤치마킹하고 있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피란 갔던 직원들이 스스로 복귀해서 공습으로 폐허가 된 공장을 재빨리 재건하고 회사를 살린 일화도 유명하다. 지속 가능한 머크의 DNA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변화무쌍한 4차 산업혁명시대 지속성장가능성은 우리 기업에도 당면과제다. 머크가 한국에 투자하면서 우리 기업이 지근거리에서 '머크웨이'를 배울 기회도 얻었다. 이번 투자로 머크의 선한 경영 DNA가 우리 기업에도 널리 전파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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