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시즌이 개막했다. 현 정부 마지막 국감으로 다양한 이슈를 정리하는 동시에 새로운 정부의 정책 비전을 점검하는 자리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에 '화천대유 대장동 개발' 의혹이 터지면서 국감 전체가 특정 이슈에 매몰되지 않을까 우려도 제기된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 쟁점이 아닌 디지털 전환 격변기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데 국감 포커스를 뒀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기술 혁신이 일어나는 시점에서 향후 30년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려면 이를 선도할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최근 국민의힘 디지털정당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정치권의 디지털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야 하는 임무도 맡았다. 대선에서부터 디지털 전환이 주요 이슈로 다뤄지고, 정치권에도 디지털을 중시하는 문화가 정착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국감에서 주요하게 다를 안건은 무엇인가. 이를 통해 제시할 어젠다는.
▲상임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만큼 디지털 뉴딜과 관련한 공공기관 클라우드 전환 사업을 전체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디지털 뉴딜 관련 예산 규모는 커졌지만, 공공기관 클라우드 전환은 아직 민간기업과의 협력 모델에 적극적이지 않다.
데이터 개방과 디지털화는 계속 빨라지고 있다. 모든 공공기관이 디지털로 가고 있고 클라우드 전환에 대한 방향도 정해졌다. 국가 차원에서 방향을 정했고, 이를 위한 실태 조사와 예산도 확정했는데, 민간과의 협력 강화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공공기관 내부 플랫폼을 정부 위주로 개발해 배포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당초 원칙에 어긋난다. 클라우드 전환이 효율적으로 되고 있는지, 민간하고 협업은 잘하고 있는 지 점검해야 한다.
이밖에 공정 차원에서 최근 코로나 방역 관련 소상공인 차량시위를 경찰이 과잉 진압한 부분을 지적한다. 차량 시위에 나섰다 기소되신 소상공인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투명성 부문에선 선거관리위원회 정치적 중립성을 당부할 예정이다.
-디지털 뉴딜 사업 관련 각 부처별 예산은 배정됐지만, 불용액 등의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디지털 뉴딜 사업도 다시 들여다 봐야 한다. 시작부터 급조된 사업이 많다 보니 제대로 된 디지털 전환과 4차 산업혁명 대응을 하고 있는지 따져야 한다. 디지털 뉴딜 관련 예산에 대해 세부 항목으로 보는 이들이 없다. 지금 진행 중인 뉴딜 사업은 선진화된 디지털 서비스 등의 전환이 아니라 △구형 PC 및 노트북 교체 △망 교체와 같이 하드웨어 부분에 돈을 쓰고 있다.
불용액이 많이 남는 것도 문제다. 예산 지출 현황을 보면 비용이 1년에 걸쳐 고르게 집행되지 않고 4분기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 현재로는 필요 사업 대비 예산이 너무 많다고 여겨진다. 보통 사업이라고 하면 수요조사를 먼저하고 이를 중앙부처에 올려 설득한 다음 체계적으로 추진돼야 하는데, 이와 반대다. 대통령이 먼저 말하고 톱다운 방식으로 사업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되버렸다. 결국 연말에 하드웨어(HW) 교체 등에 예산을 써버리는 사례가 나온다. 4분기에 예산 집행이 몰려있는 사업에 대해 사전 계획된 것인지, 꼭 필요한 것인지 등을 물어봐야 한다.
-디지털정당위원회 위원장을 다시 맡게 되셨다. 이번 위원회와 과거 조직 차이점을 설명해 달라.
▲이번 위원회는 민간 전문가 참여가 많다. 특히 대선 기간이고 비대면 디지털 선거로 진행될 것이 예상되고 있어 이를 위한 플랫폼을 만드는 전문가들의 참여가 필요했다.
디지털은 아직 정치권에서는 무관심한 분야다. 기존에는 대부분의 위원회 참여자들이 의원 추천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업무도 카드뉴스 생성과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배포하는 수준이었다. 민간의 디지털과 정치의 디지털은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디지털 역할이 중요하고 이준석 당대표가 컴퓨터사이언스를 전공해 이해도가 높았던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공격적으로 민간 전문가 공모에 나설 수 있었다. 65명이 신청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정당 활동에 부담을 느낄수도 있는데 적극적으로 참여의사를 밝혀준 것에 감사하다.
대선 후보가 던질 수 있는 디지털 전환 관련 공약을 위원회에서 설계해야 한다. 대선 후보가 민생 어젠다를 언급하는 것도 좋지만, 미래에 대한 어젠다도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정권교체와 대선승리에서 디지털이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점을 증명할 것이다. 그래야 정치권에서 디지털의 중요성을 인정할 것이다. 당을 위해서 바람직하고, 국가를 위해서도 중요한 포인트다. 아마 민간기업에서는 이번 위원회만큼의 맨파워를 조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분들과 정치의 디지털 스타트업을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당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어떻게 표로 연결시킬 생각인가.
▲디지털정당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국민의힘 대선공약단에서 디지털혁신 단장도 맡고 있다. 벤처기업가 경험을 살려 파괴적인 도전을 하고 싶다. 지금 21대 국회의원 중 이공계 출신이 너무 적다. 여기에 IT 분야는 미미한 실정이다. 과거사법 등 모든 현안이 과거 아니면 현재다. 미래에 대한 얘기로 화두를 돌려야 한다.
대선에서 표가 나오려면 국민의힘에 대한 기대를 키워야 한다. 지금 우리가 취약한 곳은 20~30대와 40대이다. IT 분야에서도 “국민의힘이 달라졌다”, “하이테크 서비스를 많이 한다” 등의 평가가 나올 수 있는 감성적인 기획을 많이 준비하고 있다.
11월이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정해진다. 이때 디지털 미디어전에서 화력을 움직일 수 있도록 별도 툴들도 개발 중이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말이 아닌 실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로봇 등 자주 언급되는 분야에서 대선후보 정책과 비전이 국민들에게 와 닿게 준비할 것이다.
-국민의힘에 대해 보수당의 낡은 이미지가 남아있다고 본다. 디지털 문화 정착에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보완점을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아직 신기술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경쟁 정당보다 뒤쳐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도 디지털 전환 부문에서 빨리 앞서갔으면 좋겠다. 그래야 경쟁이 되고 속도전을 할 수 있다. 최근 대선 관련 메타버스 캠프를 만드는 모습도 연출했는데, 기술이 이벤트성으로 소진되는 것은 반대다. 메타버스를 홍보성으로 이곳 저곳 활용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다. 직접 개발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잠깐 빌려쓰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벤트성으로만 활용한다면 기술에 애정이 없는 것이다.
한때는 평생 디지털 없이도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디지털화가 빨라지면 그 반대로 취약계층에 대한 적응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나온다. 정치권에서 디지털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정작 규제만 늘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입법 사례가 많아질 것이다.
디지털이 생활인 계층에 쉽게 다가가야 한다. 국민의힘을 궁금해 하는 국민들이 클릭, 사용자인터페이스(UI) 등의 부문에서 보다 쉽게 당과 접촉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국민의힘 유튜브 채널은 '오른소리' 하나다. 정당 채널에 꼭 선거와 법, 표와 관련된 콘텐츠만 나올 필요는 없다. 당과 당원 그리고 지지자들과 관련된 다양한 코너와 콘텐츠가 나와야 한다. 국민들이 국민의힘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의원활동 1년이 넘었다. 기업인과 정치인 삶을 비교해달라.
▲세상에 대한 인식의 폭이 넓어졌다. 감사한 일이다. 20년 동안 보안 분야 기술자들만 만나왔는데, 국회에선 대한민국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하는 것 같다.
벤처기업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자금과 인력이었다. 정치에 더 힘든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바로 무관심이다. 국회에 들어와 정치권 시각을 어떻게 미래로 돌릴 수 있는지가 최대 고민이었지만, 찬성도 반대도 없었다.
그나마 지난 전당대회 최고위원을 출마하며 미디어 홍보전으로 청년들 반응을 이끌어냈다. 다른 의원들이 디지털 홍보전이 효과가 있다는 점을 알아주고 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대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운영하고 디지털에 대한 정치 리더십을 바꿔보려는 것이다.
내 전공만 내세워 울타리에 갇히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은 디지털 전환의 대격변 시기다. 데이터가 금보다 비싸질 것이라고 한다. 전공 여부를 떠나 대한민국 미래에서 디지털 전환은 세계 경제 패권과도 연결된다. 이를 뒷받침 할 입법활동을 못한다면 크게 후회할 것 같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생각보다 결과는 잘 안 나왔고, 좌절도 많이 했다. 역사의식과 사명감도 생겼다. 역사와 사회의 폭넓은 이해를 하면서 국민과 국가를 생각해 봉사하는 기회를 가진다는 것은 귀중한 경험이다.
-2021년 가을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정치적 시대정신과 오피니언 리더 시대정신이 있다고 본다. 공정과 정의는 지금의 대표적인 정치 시대정신이다. 대장동 사태 등 사회적으로 발전할 계층사다리가 파괴되고 취업, 결혼, 육아, 인구감소 문제가 한꺼번에 터지는 기현상 바탕에는 공정과 기회에 대한 국가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정치적 시대정신 문제가 심각하다보니 미래 시대정신인 디지털 전환과 4차 산업혁명은 상대적으로 외면받고 있다. 혁신을 통한 미래와 공정과 기회라는 가치가 이분법으로 분리돼 있다. 지금처럼 이 두 이슈가 분리된 적이 없었다. 이 둘을 하나로 융합한 해결책을 만드는 것이 지금의 시대정신이라고 본다.
선의로 시작했겠지만 주 52시간, 중대재해처벌법, 최저임금 등은 결국 민생을 팍팍하게 하고 있다. 관심이 공정과 기회에 쏠리고 있는데 너무 매몰되면 미래를 볼 수 없다. 지금도 산업계 일선에선 해외로 뛰고, 기술 혁신에 노력하고 있다. 국운이 달린 미래 주도권 잡기를 같이 해야 한다.
이번 대선은 국가 어젠다를 세우는 선거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방향성을 잡지 못한다면 5년이 후퇴할 것이다. 이것이 남은 의정활동 다 합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은...
암호학을 전공 2000년 보안솔루션 벤처 테르텐을 창업하며 벤처기업인의 길을 걸었다. 소프트웨어산업협회,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지식정보보안산업협회 등 관련 분야 다수 협회에서 이사 등을 역임했다.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으로도 활동하면서 SW 벤처 업계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데 목소리를 내왔다.
정치권은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새누리당 비례대표 출마로 발을 들였다. 2020년 21대국회에 여의도에 입성했다. 국회의원들 중 몇 안되는 이공계 IT 분야 종사자로 디지털 관련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국회 입법 활동이 주춤했을 당시 메일을 이용해 법안 동의를 받는 등 전자입법을 활용, 국회 비대면 입법을 확산시키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올해도 디지털정당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디지털 정당 혁신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최근에는 당내 그룹웨어를 도입하기도 했으며, 대선공약단 디지털혁신 단장으로 차기 정부 디지털 공약 설계도 담당한다.
주요 입법활동으로는 △중소벤처 氣살리기 3법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 △소득세법 일부개정안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 △데이터산업 진흥법안 등이 있으며 데이터산업 진흥법은 얼마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