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보험산업 혁신 결정체 AI설계사, 2년 지났지만 '만년 기대주'

1차 사업 참여사 간 '불협화음'
페르소나AI-DB손보 갈등 확산
올해 한화손보와 손잡았지만
대규모 사업 축소에 단계적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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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산업 혁신의 결정체로 불리던 '인공지능(AI) 설계사'가 지지부진하다. 2019년 5월 금융당국이 규제샌드박스인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고 다음 해인 1월 출시 예정이었지만, 참여사 간 불협화음이 지속된 데 이어 제휴 사업자 등이 변경되는 등 바람 잘 날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규제샌드박스로 지정된 지 2년이 넘도록 여전히 안갯속이다.

◇기대 받았던 AI 설계사, 1차 사업자 결국 무산

토종 AI 대화엔진 회사인 페르소나시스템(현 페르소나AI)은 2019년 5월 15일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AI인슈어런스 로보텔러, 일명 'AI설계사' 규제특례를 받았다. 현재 다수 보험사가 AI를 활용해 상담, 컨설팅, 언더라이팅, 의사결정 등에 확대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권유에서 설명, 청약까지 보험 전 과정을 AI로 진행하는 사례는 전무했다.

이때 출현한 것이 페르소나AI가 규제특례를 받은 AI설계사다. 당시 금융당국은 보험업법 제83조 규제특례를 인정해 보험 모집 대상에 보험설계사, 보험대리점, 보험중개사, 보험회사 임원 또는 지원에 추가로 인공지능 설계사(로보텔러)를 추가했다. AI, 즉 로봇이 보험모집을 하는 첫 사례 등장을 예고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 등을 위해 DB손해보험과 함께 하는 내용의 부가조건을 달았다. 우선 DB손보와 AI설계사 사업을 진행하고 DB손보에 체결된 계약 전권에 대해 통화품질 모니터링을 하도록 했다. 모집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 분쟁 및 소송도 DB손보가 1차 책임을 전담하도록 했다. 모집 건수도 연 1만건으로 제한했다.

당시 정부는 물론 각 보험협회에서도 AI설계사를 보험산업 혁신 결정체라면서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내세웠다. 실제 혁신금융서비스의 경우 독점권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서비스 운영 여부를 보고 상용화 여부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사업자로 선정된 페르소나AI와 DB손해보험이 비용부담 문제를 놓고 갈등이 커지면서 실제 상용화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후 기술력 등 성능상 이유로 DB손보가 상용화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론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DB손보 관계자는 “비용부담 외에 우리가 요구하는 사항에 이견이 발생해 최종 상용화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AI설계사 파트너, DB손보에서 한화손보로…단계적 추진에 '반쪽' 우려

페르소나AI는 올해 5월 14일로 예정된 종전 규제특례 기한을 넘기면서 새로운 파트너인 한화손해보험과 손잡았다. 올해 6월 10일 'AI 기반 인슈어런스 로보텔러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규제특례 기한도 2023년 5월 14일까지로 2년 연장됐다.

협약 내용을 보면 종전보다 대폭 규모가 축소된 수준이다. 이번 MOU로 페르소나AI와 한화손보는 우선 내년 6월까지 텔레마케팅(TM) 계약 진행 단계에서 상담사 관리 아래 로보텔러가 상품 설명과 녹취를 수행하는 스크립트 자동화 구축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계약자동화 등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당초 2019년 5월 AI설계사가 규제특례를 받았을 당시 소비자와 가입 상담부터 보험계약 체결까지 TM 채널 모집 전 과정을 AI를 통해 진행하는 보험 가입 서비스 구축을 약속했다.

금융당국도 AI를 통한 24시간 보험계약 모집에 따른 소비자 편익 제고는 물론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낮출 것으로 기대했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페르소나AI와 AI설계사 관련 MOU를 하고 최근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면서 “우선 내년 6월 스크립트 자동화 절차를 완료, 서비스를 시작한 뒤 이후 단계적으로 고도화한다는 것이 최종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점차 확산하는 AI 규제 완화…AI설계사 도입, 업계는 '부정적'

AI설계사 서비스가 지지부진한 사이 보험업 관련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업계 관심도 급격히 식었다. AI설계사가 모집 전 과정을 처리하는 것과 달리 기존 설계사 역할을 지원하거나 보험사 업무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AI가 보험계약을 인수 심사(언더라이팅)하는 시스템 '바로(BARO)'를 도입했다. 캐롯손해보험은 '단말 정보 영상획득을 통한 보험 제공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기술은 휴대폰 화면 영상을 업로드하면 AI 자동심사를 통해 디스플레이 파손 여부를 판독하는 것이다. 보험개발원은 AI가 자동차 손상부위를 판독하는 'AOS 알파'를 개발했다.

금융당국 규제 완화도 확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보험을 전화로 모집할 때 AI 음성봇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기존에는 보험설계사가 고객을 1회 이상 반드시 만나서 보험 계약의 주요사항을 설명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녹취 등 안전장치가 전제된 경우라면 설계사 대면 없이도 전화만으로 설명이 가능해진다. 특히 모집 시 보험설계사가 표준스크립트를 모두 직접 낭독한 것에 AI음성봇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AI설계사가 보험산업 혁신의 결정체로 거론됐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잇달아 AI 관련 규제 완화를 하면서 이런 부분에 요구가 적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인슈어테크사 대표는 “과거 AI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불확실한 구호에서 점차 AI가 적용되면서 이를 우리 산업에 어떻게 적용할 지 여부에 각자가 해답을 찾는 중”이라면서 “필수가 아닌 선택적 가입하는 민간보험의 경우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이 중요한데 앞선 사례에서 AI가 이를 대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그동안 나왔던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의 경우 금융업에 대한 규제가 강하다 보니 혹여나 발생할 불완전판매 등 사고가 나타날 때 책임소지를 명확히 밝힐 수 없다는 것도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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