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교수·졸업생 오상현씨 “4차원 시공간 설계·건축 문학적 구현시도 규명”
올해로 탄생 111주년을 맞는 천재 시인 이상의 손꼽히는 난해시 '삼차각설계도'(1931)와 '건축무한육면각체'(1932) 제목과 일부 내용에 관한 수수께끼가 발표된 지 90년 만에 물리학도 손에 풀렸다.
지난해 광주과학기술원(GIST) 물리전공을 졸업한 오상현씨(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머세드 물리학 박사과정)와 이수정 GIST 기초교육학부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4차원 기하학을 토대로 이상의 난해시 제목에 등장하는 조어 '삼차각'과 '육면각', '무한육면각체'를 분석하고 해설했다.
삼차각은 4차원 공간상의 방향을 초구면좌표계로 나타낼 때에 활용되는 세 개의 각도를 의미한다. 이는 세 개의 각도가 하나의 '3차원 각도'라는 것에 착안해 고안된 용어임이 밝혀졌다.
육면각은 각진 4차원 도형의 각을 의미하는데 이는 4차원 도형은 한 점에서 6개 면이 만난다는 것에 착안해 고안된 용어다. 연구팀은 육면각체는 각진 4차원 도형, 무한육면각체는 무한히 많은 점으로 이뤄진 4차원 도형을 의미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밖에 '삼차각설계도-선에관한각서1'의 '스펙트럼'이 점표로 표현된 빛의 스펙트럼을 취해 공간을 2차원에서 3차원으로 확장시키는 장치임을 밝혔다. '건축무한육면각체-AU MAGASIN DE NOUVEAUTES'에서 '사각의중의사각의중의사각의중의사각 의중의 사각'이라는 시구가 공간의 차원을 순차적으로 확장시켜 최종적으로 4차원 공간상에 존재하는 사각형을 의미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오상현씨와 이수정 교수는 “이 논문으로 이상의 초기시가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4차원 시공간에서의 설계와 건축을 문학적으로 구현하려는 시도였음이 규명됐다”면서 “이번 연구는 이상의 4차원 기하학을 활용한 사유와 독창적인 상상력이 작품에 구현된 경로를 조명했으며 이상의 난해시를 파해하기 위한 후속 연구의 디딤돌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수정 교수는 지난 2020년 1학기에 개설한 '이상문학과 과학' 수업에서 오상현 씨가 기말리포트를 통해 제시한 삼차각 관련 아이디어의 중요성에 주목했고 이후 함께 지속적인 회의와 작업을 거쳐 이번 논문을 완성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어문학국제학술포럼이 발행하는 '저널 오브 코리안 컬처' 54호에 게재됐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