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4일 오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사주' 의혹을 두고 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고발사주 의혹의 전말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 지시는 근거가 없으며 국정원 개입설, 편파수사 등을 주장했다.
여야는 이날 오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고 2021년도 국정감사계획서 채택의 건과 법무부 등 소관기관의 2020회계연도 결산안 등을 상정했다. 소관기관장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 한영수 법제처 차장, 최성호 감사원 사무총장, 박종문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김형두 법원행정처 처장 등이 참석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출석을 두고는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김 공수처장은 이날 불참했다.
회의 시작 전 야당 간사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여당의 박주민 간사와 의사일정을 협의하면서 공수처장의 출석을 요구했다”며 “지금 상황을 보면 그때보다 공수처장 출석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의 행태를 보면 편파적 수사를 하고 있다”며 “국정원장이 개입된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당 간사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공수처는 오늘 예산·결산에 대한 부분이나 국정감사 계획서 채택 의결에 출석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불참했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추석 연휴가 끝나고 전체회의에 공수처장 출석이 예정돼 있다”며 “그때 충분히 질의를 할 수 있다. 오늘은 회의 안건에 부합한 회의를 진행하고 24일 무렵에 공수처장이 출석하면 관련 질의를 하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여야 공방은 전체회의에서도 계속됐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JTBC 보도에 의하면 '손준성 보냄'이라고 한 텔레그램 메시지를 누르니 실제 손 검사 번호가 나왔다고 한다”며 “손 검사를 직무정지 조치하고 수사로 전환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 질의했다.
박 장관은 “공수처가 이미 수사를 개시했고 굉장히 빠른 속도로 하고 있다”며 “또 대검 감찰부의 진상조사가 상당히 유의미하게 진행되고 있고 본질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박 장관 발언을 지적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어제 대정부 질문에서 '고발사주 관련 윤석열이 핵심 수사대상이다' 라는 단정적 답변을 하셨다”며 “위험하다. 감찰 단계고 수사 중인데 너무 나간 게 아닌가”라고 물었다.
박 장관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유력 대선주자가 개입했는지 여부가 핵심이고 사건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규명해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박 장관이) 윤 전 총장 기소를 내심 바라고 있는 것 같다”며 “수사, 재판 상황 정리 수준이니 대응 문건이라 볼 수 있는 수준인지 검토해보고, 작년 서울고검 기록을 보고, 그 다음에 정확히 뭔가를 더 조사할 게 있으면 하는 것이 법무부의 올바른 자세”라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조성은씨는 감찰 의혹까지 얘기한다. 고발장에는 윤 전 총장 처와 장모 얘기가 나온다”며 “단순히 고발을 위한 것임을 넘어서서 상당한 정보가 축적되지 않으면 고발장 작성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사찰 내지는 정보 수집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게 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법사위는 오는 10월 1일부터 21일까지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등 7개 부처와 대검찰청, 대한법률구조공단 등 71개 소관기관 총 78개 기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하기로 하고, 증인·참고인 출석요구의 건 국정감사 관련 안건 3건을 의결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