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여부로 전문성 판단 '차등 규제'
투자자 범위 등 기준 수정 권고 내려
금융위, 출자 문턱 낮춘 개선안 마련할 듯
벤처투자업계 "전략목적투자 활성화"
규제개혁위원회가 비상장법인이 기관전용 사모투자펀드(PEF)에 출자를 금지하도록 한 금융위원회의 조치에 제동을 걸었다. 상장 여부만으로 기관투자자의 전문성을 판단하는 것이 '차등 규제'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금융위에서는 PEF의 기관투자자 범위에 대한 기준을 새롭게 규정한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규제개혁위원회는 최근 금융위원회에 기관전용 PEF의 사원과 투자자 범위와 기준을 수정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규개위는 국무총리와 기획재정부장관, 행정안전부장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중소벤처기업부장관 등 정부위원과 민간위원이 참여해 각 부처의 신설 규제를 심의하는 대통령 소속 위원회다. 규개위가 중요 규제로 채택한 개정안은 부처로 돌아가 개선안을 도출해 재심의를 거쳐 시행된다.
규개위는 “기관투자자의 구체적인 범위에 대해서 전문성, 위험감수능력 및 GP(운용사, 무한책임사원)에 대한 견제능력 등이 규제 차등화의 기준이 될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안을 수정토록 권고한다”면서 “개선안을 추후 위원회에 보고 바란다”고 심의했다.
위원들은 비상장법인의 PEF 출자를 제한함으로써 중소형 PEF의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금융위는 “비상장법인의 투자를 받는 중소형 벤처캐피털(VC)에 조금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으나, 중소형 VC만을 위해 큰 틀의 제도를 재설계하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비상장법인의 투자가 필요하면 일반 사모펀드를 통해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양측의 입장은 쉽게 좁혀지지 못했다.
규개위의 이번 권고에 따라 금융위에서는 기관전용 사모펀드 출자자를 가르기 위한 별도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당초 금융위가 추진하는 사모펀드 개편방안이 투자자 보호에 방점이 찍혀 있는 만큼 일반법인의 기관전용 사모펀드 진입 문턱은 높아질 것이 유력하다. 일반사모펀드와는 달리 기관전용 사모펀드에게는 운용 규제 완화를 부여한 만큼 전문성 역시 강화해야 한다는 게 금융위의 입장이다.
금융위가 내놓은 현행 개정안은 상장법인의 경우에도 금융상품투자 잔고가 100억원 이상인 기업만을 투자자로 인정하고 있다. 금융위는 상장사 가운데 절반 이상이 현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융위에서는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에게 금융상품 잔고 기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안을 도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벤처투자업계는 규개위의 이번 결정으로 숨통이 트였다. 특히 상장기업뿐만 아니라 비상장기업에게도 일정 수준의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출자 문턱은 다소 높아지더라도 운용규제가 완화된 만큼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의 전략목적투자(SI)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어서다.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일반 사모펀드와 기관전용 사모펀드를 엄밀히 구분해 인수합병(M&A), 구조조정 등 전략목적 투자의 전문성을 키우고 헤지펀드는 투자자 보호에 집중하는 방안에 대해 벤처투자업계도 큰 틀에서 찬성한다”면서 “규개위가 비상장기업과 상장기업을 가르는 차별 규제에 제동을 걸어준 만큼 벤처투자업계 차원에서도 PEF를 통한 전략 목적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