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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무역 의존도는 70%에 이른다. 우리 경제에서 내수보다 무역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정부와 산업계가 무역 절차 간소화와 프로세스 혁신을 끊임없이 추진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역 거래 특성상 수출업자와 수입업자는 원격지에서 상품을 주문하고 수령하며, 대금 또한 원격지에서 지급한다. 국가 간 거래는 신용장, 주선하증권 등 서류 위변조나 상품 사기와 같은 각종 위험 요인에 노출된다. 이를 감소시키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여러 단계의 확인 절차가 필요했다.

최근 해결 방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블록체인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당사자 간 원격 거래를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유하며 위변조를 막음으로써 국가 간 무역 거래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완화한다. 무역 거래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도 극적으로 줄인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무역 거래 절차를 간소화할 경우 약 1조1000억달러의 새로운 무역량을 유발할 수 있다는 세계경제포럼(WEF) 연구 결과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무역 분야에 접속하려는 해외 기업의 시도는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HSBC, IBM 등 글로벌 은행과 정보기술(IT) 기업이 무역 금융에 특화한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국제 무역 블록체인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를 연결하는 국내 무역 블록체인이 필요하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블록체인 기반의 컨테이너 부두 간 반출입증 통합 발급 서비스를 구축했다. 관세청도 수출입 물류 주체 간에 개별적으로 주고받는 다양한 자료를 실시간 공유·활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의 수출통관 물류 서비스 시범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민간 영역에서도 IT와 물류 기업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2021년 블록체인 시범 선도사업'의 일환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수입화물 반출입 및 내륙운송'을 추진하고 있다.

수입화물이 입항하면 보세장치장과 포워더, 운송사, 수입화주 간 서류와 화물 이동이 발생한다. 현재 이 과정의 많은 부분이 이메일 또는 팩스로 처리돼 정보 누락이나 오류가 발생하고, 화물 위치 추적도 어려운 상황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수입화물 내륙 운송 시스템은 당사자에게 정확한 정보에 기초한 신속한 운송과 실시간 화물 흐름 추적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업무 생산성을 제고한다. 블록체인은 중앙관리기관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신뢰 비용을 지불하기 어려운 중소형 화주들로부터 기대와 환영을 받는다.

블록체인 활용 분야는 다양하지만 만능은 아니다. 중앙집중적 통제가 이뤄지는 분야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것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실험으로 끝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의 하나다. 정부 주도의 기술 개발도 필요하지만 당사자의 자율성과 필요성을 반영하는 민간 시도에 힘이 실려야 하는 이유다.

공급망은 중앙기관 없이 다수 당사자 간 신뢰를 제공하는 블록체인 특성이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분야다. 무역 금융은 물론 수출입화물이나 통관 등에도 블록체인 기술이 확산할 것이며, 이들이 연결되면서 세계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글로벌 무역 블록체인 인프라가 구성될 것이다.

국내 무역 블록체인이 곧바로 국제 무역 블록체인에 연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 간 상호운용을 위한 데이터와 인터페이스 등 표준화가 필요하다.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은 분산원장기술표준포럼(DLTSF)과 협력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를 통한 블록체인용 전자화물 인도지시서의 국내 표준화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블록체인 구축과 활용 경험은 해외 기업의 국내 침투에 대응할 수 있다. 국제와 국내 무역 블록체인 간 인터페이스 표준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면서 타국으로의 기술 수출 또한 기대할 수 있다. 국내 무역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블록체인 기반의 글로벌 무역 인프라 형성에 선제 대응하려면 수입화물 내륙운송 블록체인과 같은 산업계의 실수요에 기반한 자발적인 노력과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오경희 TCA서비스 대표(분산원장기술표준포럼 연구책임자) khoh@isac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