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해 벤처·스타트업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나친 규제로 디지털 혁신을 앞세운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대 최대 규모로 커진 벤처투자시장에 찬물을 끼얹어 '제2 벤처 붐'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규제 대상에 플랫폼 스타트업 100개사가 넘게 포함됐다. 매출액 100억원, 거래액 1000억원 이상 사업자가 규제 대상이기 때문이다. '공정화법' 대상에 이름을 올린 플랫폼 기업은 입점 업체와 표준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는 등 제한을 받게 된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13일 “해외 사례를 보면 플랫폼 사업자라는 이유만으로 사업자를 규제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며 사전 규제에 나선 정부를 비판했다.
플랫폼 규제가 제2 벤처 붐, 벤처투자 시장 전반에 걸쳐 '찬물'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모빌리티, 배달, 헤어숍 등 플랫폼 사업을 하는 초기 스타트업의 후속 투자에도 영향이 미칠지 우려하고 있다. 지성배 벤처캐피탈협회장은 “네이버·카카오에서 시작한 플랫폼 규제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 우려에 플랫폼 기업 주가는 약세로 돌아섰다.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는 8일부터 사흘 동안 각각 15%, 8% 하락했다. 코리아센터, 카페24, 인터파크 등 플랫폼 기업들의 주가도 같은 기간에 10%대로 하락했다. 유효상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경우 선행 규제를 하지 않고 시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사후 규제를 하는데 한국은 선행 규제에다 선진국에 없는 후행 규제까지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규제가 강화된다면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형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오히려 신생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른바 '규제의 역설'이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행정 규제가 커질수록 후발주자의 진입 장벽은 높아진다”면서 “그 사이 거대 기업은 규제준수 비용을 회수하고 이익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