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차기 일본 총리, 누가돼도 한일관계 개선 쉽지않아

코로나 방역실패·도쿄 올림픽 강행으로
자민당 지지율 1년새 70→26%로 추락
스가 총리 연임 포기…인적 쇄신 집중
후보군 모두 강경파…관계개선 쉽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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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연임을 포기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후임으로 1년간 일본 정부를 이끌었던 스가 총리는 도쿄올림픽 강행에 따른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지지율이 폭락했다. 결국 집권당인 자민당 총재 선거 불참을 선언하면서 1년 만에 총리직에서 불명예 퇴진하게됐다.

차기 총리를 결정 짓는 자민당 총재 후보는 4파전이다.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전 정무조사회장과 고노 다로 백신 담당 겸 행정개혁상,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전 간사장이 유력 후보군이다.

임기가 8개월가량 남은 문재인 정부가 경색된 한일관계를 풀어낼지도 관심이다. 일본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던 우리 정부는 최근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차기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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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일본 히로시마(廣島)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소식이 담긴 호외가 배포되고 있다. 신문에는 스가 총리가 사임할 것이라는 취지의 제목이 담겼다. 연합뉴스

대통령제인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의원내각제로 운영된다. 집권당 총재가 총리로서 국정을 운영한다. 현 집권당은 자민당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스가 요시히데 총리 모두 자민당 총재로서 일본 총리가 됐다. 스가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포기하면서 새로운 총리가 취임할 예정이다.

스가 총리가 불출마 선언을 한 이유는 자민당이 자칫 정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작년 9월 출범 당시 70%대를 보였던 지지율은 최근 26%까지 추락했다. 코로나19 방역 실패와 도쿄올림픽 강행에 따른 확진자 폭증이 지지율 하락 이유로 꼽힌다. 최근 치러진 각종 선거에서도 자민당이 잇따라 참패했다. 당 내에선 스가 체제로 다음달 중의원 총선거에서 승산이 없다는 반발까지 나왔다.

결국 총리 교체 등 인적 쇄신을 통해 집권당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으로 새 총리를 뽑는 셈이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교체도 검토되고 있다. 간사장은 총리가 되는 대표를 대신해 당을 책임지는 자리다. 정권을 내줄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고조된 셈이다.

오는 29일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 여론조사에선 고노 다로 행정규제개혁담당상이 1위를 독주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 11~12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477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민당 새 총재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고노 개혁상이 33%의 지지를 얻어 1위로 꼽혔다고 13일 보도했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16%)과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전 정조회장(14%),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8%)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 4명 중 이시바 전 간사장을 제외하면 모두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정식 출마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고노 개혁상은 지난 3일 스가 총리 불출마 선언 이후 시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후보 1순위를 독주하고 있다. 그 뒤를 이시바 전 간사장과 기시다 전 정조회장이 쫓는 구도다. 다카이치 전 총무상은 아베 전 총리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게 가장 큰 무기다. 건강 문제로 퇴임한 지 1년이 지났으나 아베 전 총리의 영향력은 자민당 내에서 절대적이다. 정치권 고위관계자는 “일본 총리 선거는 사실상 당 소속 의원들이 키를 쥐고 있기 때문에 파벌 싸움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여전히 아베 전 총리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은 아베 전 총리가 속한 호소다파(97명)다. 그 뒤를 이어 아소파(53명), 다케시다파(52명), 니카이파(47명), 기시다파(46명), 이시바파(17명), 이시하라파(10명)가 있다.

◇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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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506차 정기수요시위에서 참석자가 일본군 위안부 증언집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위안부들5 중 발췌한 글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우리 정부 입장에선 기회가 될 수 있다. 새로운 지도자가 선출되면 우선 대외적으로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스가 총리 취임 당시에도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다만 스가 총리가 사실상 아베 전 총리의 '아바타'와 같은 행보를 보이면서 관계 개선의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간 만남이 성사 직전에서 어그러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총리 간 정상회담 또는 만남은 실무진 차원에서 결정됐으나 막판에 일본 측이 독도 문제를 거론,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이뤄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언론을 통해 스가 총리 이후 새로운 일본 지도자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내비쳤다. 다만 한일관계 개선 노력은 계속 중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차기 총리 후보군의 외교안보정책과 대한관계 입장이 강경해 한일관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2015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 당사자이며 고노 개혁상도 강제징용과 관련해 남관표 주일대사를 초치하고 '무례'라는 용어를 쓰는 등 강경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다카이치 전 총무상은 극우성향으로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반복 참배한 인물이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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