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지난해 한국 시장에 대한 내부 평가를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에 준하게 사실상 '1티어'급으로 격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게는 1차 출시국보다 두달 가까이 늦어지던 신제품 판매 일정을 일주일로 좁히고 올해 초에는 애플 스토어 2호점(여의도)을 3년 만에 개장했다.
국내 영업에 미온적이던 과거와 달리 적극적인 행보다. 부족한 오프라인 판매 채널을 보완하기 위해 LG베스트샵과도 손 잡았다. 애플 스토어는 3호점, 4호점 개장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2009년 아이폰3GS 출시 이후 주목도가 낮았던 한국이 12년 만에 애플 중요시장으로 부상하면서 국내 이용자 서비스가 개선될지 주목된다.
◇매출 확대에 고무…시장경쟁 대응 강화
애플이 한국 시장을 주목하게 된 직접 계기로는 애플워치와 에어팟 등 판매량 확대가 손꼽힌다. 시장 규모가 배 이상 크고 아이폰 점유율이 50%에 이르는 일본 시장보다도 한국의 애플 웨어러블 기기 관련 매출이 높게 나타나면서 시장을 다시 보게 됐다는 후문이다.
국내 시장은 아이폰 점유율이 30% 정도이지만 고가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고 애플워치, 에어팟 등을 함께 구입하는 비중이 커 아이폰 사용자 1인당 객단가가 높은 편이다. 애플 역시 국내 아이폰 점유율 확대를 통해 애플워치, 에어팟 등 부가 매출의 동반 확대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시장 경쟁상황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Z플립3를 주력 상품으로 공략하며, 디자인과 감성을 앞세워 젊은층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아이폰 고객층과 상당히 겹치는 상황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마케팅 강화로 충성 고객층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행보로도 분석된다. LG전자 스마트폰 철수와 관련해서는 기존 LG제품이 중저가 위주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객층이 크게 겹치지는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아이패드 미니 등 후속 제품 1차 출시 유력
아이폰13 시리즈의 국내시장 1차 출시는 무산됐지만 앞으로 국내 선보이는 신제품은 대부분 미국, 일본 등 주요국과 같은 날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달 공개 가능성이 제기되는 아이패드 미니 신제품이 가장 유력한 후보다.
그동안 애플 신제품 1차 출시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된 국립전파연구원 적합성평가인증(전파인증) 기간이 단축, 큰 이변이 없는 한 출시 일정 조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TV, 애플뮤직 등 콘텐츠 분야 사업 확대 가능성도 예상된다.
애플 이용자 관심은 출시기간 단축을 넘어 미흡한 사후지원(AS) 인프라 개선 등 서비스가 개선에 쏠린다. 애플은 LG베스트샵 등 입점으로 판매 채널은 증가했지만, 제품 수리를 받을 수 있는 공인 센터에 대한 접근성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설수리업체가 애플 공인 부품을 받아 사용할 수 있는 '개별 수리 서비스 제공업체 프로그램(IRP)' 역시 지난 3월 국내 도입을 발표했지만 본격적인 시행 일정은 불투명하다. 애플이 한국 시장을 1티어로 격상한 만큼 그에 걸맞게 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