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서울에서 일고 있는 그린스마트미래학교 논란이 이번주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대곡초를 시작으로 불통과 오해, 이기주의 등 모든 요소들이 다 섞여 그린스마트미래학교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20년 만에 대대적으로 진행하는 학교 시설 개선 사업이 서울지역에서는 학부모들로부터 환영은 커녕 학습을 막는 저해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교육당국도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과 각 지역 교육 책임자들은 그린스마트미래학교에 선정된 학교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오해를 풀고 설득하겠다고 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이미 불신의 골이 형성된 상태에서 일어난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몇가지 의혹에 문제를 제기하면,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격이다.

미래학교를 둘러싼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교육당국이 해명해야 할 문제는 크게 3가지다. △정말 안전에 문제가 있는 수준인지 △공사를 시작하면 학생들 학습공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향후 교육과정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등이다. 혁신학교 논란, 100% 디지털로만 하는 수업에 대한 우려, 전학 우려 등은 이들 범주 안에 들어간다. 교육당국이 이들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소통이 전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미래학교 선정 관련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 왜 유독 서울인가…소통 부족이 오해의 시작

“그린스마트미래학교에 선정된 것을 어떻게 학부모들이 안 줄 아십니까? 카톡으로 진행하던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를 마무리하는데, 행정실장이 미래학교에 선정됐다는 사실을 짧게 알려주더군요. 미래학교 대상이 되는지, 미래학교에 선정되면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전혀 논의가 없었어요.”

내년 그린스마트미래학교 대상 학교인 A초등학교 학부모 말이다.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선정 과정이 얼마나 일방적으로 이뤄졌는지 단적으로 알려주는 사례다. 서울시교육청은 사업의 시급성을 판단해 올해 57개교를 선정하고 내년에 진행할 후보군도 정해놓은 상태다. 당장 올해 시작하는 학교뿐만 아니라 내년에 대상이 되는 학교까지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났다.

'미래학교' 사업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들끓기 시작할 시점에서 일방적 통보를 받은 학부모들은 그 즉시 반대 행동에 나섰다. 그린스마트미래학교는 서울에서 유독 강하게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공모' 방식을 진행했던 경기도를 비롯해 다른 지역에서는 사업을 반기는 목소리가 더 크다.

그린스마트미래학교는 5년 동안 18조5000억원을 투입해 40년 이상 노후화된 학교 건물을 개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사업이다.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친환경 요소로 건물을 고치고 클라우드·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 교육환경까지 구축하는 사업이다. 토론식 수업에 편리하도록 일부 교실은 배치도 바꾸고, 고교학점제 등 교육제도 변화에 맞춰 교실을 늘리고 강의 이동에 편리하게 복도도 넓히는 변화도 준다. 정부가 학교 환경을 개선해준다는 소식에 지역에 따라서는 국회의원들까지 유치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이러한 사업이지만 충분한 소통 없이 선정 과정을 거친 학교들은 오해까지 더해져 논란이 들불처럼 번졌다. 장기적으로 보면 학교 환경을 개선해주는 더없이 좋은 사업이라고 해도 일방적이고 일괄적으로 추진되다보니 당장 피해를 감내해야 할 학생 처지나 지역의 개별 요소는 고려되지 못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선정한 후 학교 대응도 마찬가지다. 리모델링은 몇 달 내로 끝날 수 있지만 개축공사는 1년 넘게 걸리는 만큼 개별 학생에게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소인데도 학부모들에게 일방 통보한 학교가 많다. 학부모 반발에 아예 학교 문을 닫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학교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일방 선정과 학교의 불통이 오해와 불신을 키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안전' 문제를 어떻게 신청으로 진행하냐는 것이었지만, 이마저도 학부모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은 본 사업은 40년 이상 된 학교 중 석면 제거, 내진 보강이 시급하게 필요한 학교 등을 우선적으로 선정했다고 했다. 석면 문제가 있는 학교가 70개교, 내진 보강이 필요한 곳이 88교라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안전진단에서 B등급을 받은 학교가 왜 위험한 학교냐고 반문한다. 교육청은 안전진단에서 B등급을 받았던 학교가 정밀진단에서 E등급을 받아 학교 건물을 당장 폐쇄한 사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충분한 소통이 없어 이런 사정을 잘 아는 학부모들은 많지 않다.

혁신학교에 대한 의혹도 마찬가지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에는 혁신학교 사업이 있지도 않은데 무슨 전초 단계냐”라며 황당해 했다. 미래학교는 AI를 통한 맞춤형 진단이나 협업을 강조한 토론식 수업 등 교수학습방법 혁신 인프라를 갖춘다는 점을 홍보한 것이 단초가 됐다. 혁신학교 논란으로 학부모와 학교가 대립했던 학교가 미래학교에 선정되면서 미래학교는 혁신학교라는 인식이 확산된 상태다. 이 역시 소통 부족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사용자 참여가 핵심요소, 일괄적 사업 추진 경계해야

전국 7980동의 학교 건물이 40년 넘은 노후시설이다. 관리가 잘되어 안전한 건물도 있지만 대부분 노후화로 심각한 안전 문제를 안고 있다. 노후화로 인한 안전문제와 별개로 서울시교육청 지적처럼 석면, 내진 문제 등 안전문제도 여전히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학교 시설을 개선하는 사업은 많지 않았다. 2001년 교육여건 개선 사업 이후로 20년 만에 대대적으로 학교 시설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번 정부에서 공간혁신사업을 추진했지만, 도서관이나 식당 등 영역 단위 개선만 했다. 학교 시설은 미래학교 사업이 아니라고 해도 개선이 필요한 분야다.

역설적이게도 미래학교는 사용자 참여를 강조하는 공간혁신사업을 잇는 정책이다. 사용자가 참여해 민주적으로 의사를 결정해 공간을 기획하고 이를 설계에 반영하는 것이 기본이다. 학교가 지역 커뮤니티의 거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안도 포함됐다. 민간투자사업(BTL) 방식으로 추진해 커뮤니티 시설을 지역주민들과 공유하게 함으로써 지역주민이 교육에 참여하는 기회도 보장한다. 교육부는 미래학교 사업은 기획 과정에서도 참여를 보장하지만, 지역 특색에 맞게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사업 계획 단계에서부터 밝혔다. 정작 현실에서는 일괄적이면서 일방적으로 진행됐다.

기획과 설계 단계에서부터 사용자 참여를 보장할 것이 아니라, 학교 개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하는 것부터 사용자와 지역 주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더욱이 지역 주민 중 미취학 아동 학부모는 향후 학교 운영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학교 내 학생 및 교직원 안전은 양보하거나 타협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면서도 “현재 제기되는 학교와 학부모님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교육공동체와 적극 소통하며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소재 한 초등학교 학부모는 “학부모는 물론 지역 주민까지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처음부터 함께 대안을 논의했으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