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시간 늘리기에 집중하는 최근 PC·모바일 게임 콘텐츠 구조가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국내 게임사에 부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열풍에 시사점을 남긴다. 게임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콘텐츠를 넘어 환경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8일 탄소발자국측정기업 슬롯츠온라인캐나다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 다운로드 콘텐츠(DLC)도 패키지게임처럼 환경에 영향을 준다.
슬롯츠온라인캐나다는 탄소발자국으로 DLC 탄소배출량을 계산했다. 탄소발자국은 인간 모든활동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총량을 수치화한 지표다. 게임은 제작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와 이용자가 게임을 하기 위해 구입한 하드웨어, 이를 사용하기 위한 전기생산 등을 포함한다.
게임 탄소배출량은 이용시간에 비례했다. 대략 이용자 1명당 40시간 플레이했을 때 1kg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2억 다운로드가 발생한 '마인크래프트'는 6억kgCo2 탄소발자국을 기록했다. 이는 자동차 한 대가 21억5000만km를 주행한 것과 같은 양이다. 1억3000만 다운로드가 발생한 'GTA5'는 1억kgkgCo2 수준이다. 두 게임 다운로드는 2배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탄소배출량 차이가 6배로 벌어진 것은 이용시간에 기인한다. 마인크래프트 플레이타임은 120시간, GTA5는 32시간가량이다.
게임이 고도화될수록 게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배출량도 늘어난다. 전력소비량에 비례한다. 전세대 기기인 플레이스테이션4(PS4)와 엑스박스원은 각각 137와트, 112와트를 소비했으나 현세대기인 PS5와 엑스박스시리즈엑스(XSX)는 각각 350와트, 315와트를 소비한다. 고성능 그래픽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칩이 전력을 더 많이 소비하는 까닭이다. 고성능 칩을 제작하려면 제어된 공기 여과와 화학처리가 필요하다. 생산 공정에서 전기를 많이 소모한다. 세계 각지에 배송되는 과정도 탄소를 배출한다.
이용자가 하드웨어를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는 클라우드 게임도 탄소를 배출한다. 영국 랭커스터 대학은 클라우드게이밍의 실시간 연산작업에 주목했다. 네트워크,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탄소와 제작과정, 이용자가 발생시키는 양이 현재 게임 생태계보다 많았다.
현재 콘솔 이용자 중 30%가 클라우드 게이밍으로 전환하면 2030년경 현재보다 탄소배출량은 30% 증가할 것으로 보았다. 90% 전환하면 2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결과는 국내 게임 산업에 시사점을 남긴다. 엔씨소프트, 컴투스 등 몇몇 기업이 ESG 위원회를 출범시켰으나 아직은 초기 수준이다.
게임사 대부분은 “제조업이 아니라 환경과 직접적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용시간을 무한정으로 늘리는 병렬 확장이 가능한 현 콘텐츠 구조를 지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창훈 지속가능한꿈 대표는 “미국 블리자드나 EA 같은 기업은 게임 콘텐츠는 물론이고 재생에너지 데이터센터 도입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엔딩이 없어 이용시간이 긴 국내 게임의 경우 의미 없는 수평적 확장보다는 콘텐츠에 깊이를 더하는 방향으로 기획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