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계절이다. 5개월 후 대통령선거, 8개월 후 지방선거가 있다. 각 당의 후보가 정해지면 TV를 통해 서로의 정책에 대해 토론할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TV 토론 직후 반응을 보면 토론 내용인 정책보다 후보의 표정, 말투, 매너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다. 아무래도 누구의 말도 절대 진리일 수는 없으니 내용보다 내용을 설명하는 방식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선거 공간에서 왜 유권자들이 이성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연구가 여럿 있다. 미국 에머리대 드루 웨스틴 교수는 지난 2004년 미국 선거에서 조지 W 부시 지지자와 존 케리 지지자에게 두 후보의 정책 가운데 문제 있는 정책을 찾아보라 하고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시험 참여자의 뇌를 살펴봤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주제임에도 시험 참여자 대부분이 감정과 연관이 있는 변연계가 활성화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대뇌피질이 영장류에게만 있는 이성과 연관되는 뇌인 반면에 변연계는 모든 포유류에서 발견되는 감정과 연관되는 뇌이다. 웨스틴 교수의 저서 '정치적 뇌'에서는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는 맞는 말을 정확하게 하는 후보보다 감정적으로 마음이 가는 후보를 선택한다고 주장했고, 이는 선거 전략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필자 회사에서도 선거 관련 조사를 하는데 유권자 좌담회에서 후보와 정당 이름을 지운 공약에 대해 평가를 받아 보면 자기가 지지하지 않는 엉뚱한 후보의 공약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응답자가 많이 나온다. 좌담회 참여자들은 지지 후보의 공약이 아닌 게 확인되면 멋쩍은 표정을 짓고 “공약이 다 거기서 거기여서…” “누가 하느냐가 중요하지 공약이 중요한 건 아니다”라며 자기를 합리화한다. 선거에서 이성보다 감정이 중요한지는 좀 더 생각해 봐야겠지만 공약 그 자체의 매력보다 공약을 설명하는 후보의 매력이 중요한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미국 인류학자 클로테르 라파유는 선거 과정에서 왜 유권자들이 이성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는가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설명했다. 라파유는 책 '문화코드'에서 미국의 2000년, 2004년 선거에서 부시 후보가 당선되는 과정을 분석하고 유권자들은 후보를 선택할 때 영장류와 포유류의 뇌가 아니라 파충류에도 있는, 생존을 관장하는 뇌에 의해 후보를 선택하게 된다고 밝혔다.

인간은 기나긴 궁핍의 시대를 거치면서 뇌를 쓰면 에너지가 소진돼 생존에 불리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그래서 집단적으로 정해진 고정관념, 문화 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줄이고 에너지를 아낀다. 선거와 같이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때 굳이 자기 머리를 쓰지 않고 문화적으로 이미 받아들여진 지도자의 상과 가까운 후보를 선택하게 된다. 미국인들은 해당 선거에서 공약을 이성적으로 따지기보다 자신들의 무의식에 각인된 지도자와 가까운 후보로 부시를 선택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이렇듯 국가 지도자를 뽑는 중요한 선거에서 감성과 문화가 결정하는 이미지에 의해서만 후보가 선택된다면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최근 한국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기관과 외국인에 휘둘리지 않고 주식시장에서 하나의 세력으로 역할하는 모습이 선거 발전에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개인투자가들은 주식이 급락하면 집단적 공포를 느끼며 패닉 셀링을 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급락장에서도 투매하지 않고 저가 매수 기회를 살피며 한층 진화된 모습을 보인다. 이제 주식 투자에서도 파충류나 포유류의 뇌보다 인간의 뇌를 쓰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치에서도 유권자들이 좀 더 이성적인 선택을 통해 주권자 권리를 찾게 되면 우리 정치는 더 발전해서 이를 통해 우리 삶과 후대의 삶을 개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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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상 폴메트릭스 대표>

조일상 폴메트릭스 대표 ischo@metrix.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