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후보와 두 배 가까운 표 차이
상대적 약점 꼽히던 당 장악력도 앞서
12일 '1차 슈퍼위크'서 판가름 날 듯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첫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세론을 확인했다. 54.81% 과반의 득표를 하며 경쟁자인 이낙연 후보(27.41%)를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차이로 따돌렸다. 그동안 대선 캐스팅보터로 평가받던 충청지역 승리로, 향후 지역경선 결과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이재명 후보가 단독 선두에 나서면서 2·3위 후보인 이낙연과 정세균 단일화 가능성도 다시 언급되고 있다.
정치권은 이번 결과에 대해 이재명 후보의 기선제압으로 평가한다. 야권은 물론 이재명 캠프에서조차 이낙연 후보와의 박빙의 승부 혹은 근소한 차이를 예상했지만, 큰 차이의 결과가 나오면서 이어질 대구·경북, 강원 지역경선에서도 표 유입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후보 간 반응은 갈렸다. 이재명 후보는 “약간 우세한 정도를 예상했는데,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당원 동지 여러분께서 본선 경쟁력 중심으로 승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셨다”고 밝혔다. 이낙연 후보는 “부족함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당원 선택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라며 말을 아꼈다.
이번 경선 승리는 이재명 후보에게 △대세론 확인 △충청 민심 확보 △당원 지지율 확인의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여권 대선 유력주자는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낸 이낙연 후보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본격적인 대선 정국이 들어서며 이재명 후보가 역전했다. 줄곧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세를 보여왔다. 최근에는 야권 유력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까지 제치며 대세론을 굳히고 있었다. 충청지역 첫 경선은 이를 확인함과 동시에 전 국민심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충청이 지지를 확보했다는 의미다.
이낙연, 정세균 후보 대비 상대적으로 당 장악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았던 이재명 후보가 당심에서도 앞선다는 결과도 시사점이 있다.
대전·충남 경선 선거인단은 전체의 10% 정도이고, 개표 인원은 5만2000여명이다. 권리당원·대의원이 대상으로 정체 민심에 대한 평가보다는 당심에 무게 중심이 있었다. 그동안 당보다는 전체 여론 지지율에 강세를 보였던 이재명 후보가 당심에서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인 점은 확실한 대세론 굳히기라는 평가다.
야권은 첫 경선 결과였던 만큼 좀 더 지켜본다는 분위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박빙의 결과를 예상했지만 격차가 크게 나서 놀랐다. 경선이라는 것이 급격한 변화가 있는 것인 만큼 지역별로 속단하지 않겠다”라며 관망 입장을 내비쳤다.
이재명 캠프는 당심과 민심이 일치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본선 경쟁력으로 압도적 승리를 예상하고, 이낙연 캠프는 당황한 가운데서도 당내 조직력이 반영되는 대의원 투표에 격차가 적었다는 점에 반전의 희망을 보고 있다.
승부의 판도는 64만여명의 국민·일반당원 투표 결과가 한꺼번에 공개되는 12일 '1차 슈퍼위크'에서 결정이 날 전망이다. 이재명 후보 입장에서는 슈퍼위크에서도 압승의 결과를 거두면 사실상 본선 직행 티켓을 예약한 셈이다.
반면에 이낙연 후보는 일주일 남짓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든 반전 카드를 구해야 한다. 당내 일각에서는 경선 초기 언급됐던 정세균 후보와의 단일화가 다시 거론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충청 경선에서의 격차를 대구·경북, 강원(슈퍼위크)에서 좁히지 못하면 단일화 가능성도 낮아진다.
여권 한 관계자는 “충청지역 경선에서 1, 2위 간의 차이가 커, 향후 경선에서 이 차이를 줄이지 못하면 결선은 물론 단일화도 필요없어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12일 슈퍼위크 결과에 따라 경선 판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