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가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을 투입하며 가스 해상운송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자동차선 주력의 외연을 넓히는 동시에 수소에너지 밸류체인 구축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5일 현대글로비스는 세계 3대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인 '트라피구라(Trafigura)'와 운송 계약을 맺고 2024년부터 암모니아 및 액화석유가스(LPG) 해상운송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열린 서명식은 한국과 스위스 양국 본사에서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사장과 호세 마리아 라로카 트라피구라 오일트레이딩 사업부문 사장 등 양사 관계자가 참석해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했다.
트라피구라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으로 석유·가스·광물·비철금속 등을 취급하는 원자재 트레이딩 회사다. 2020년 기준 매출 약 173조원, 영업이익 3조4000억원의 글로벌 3위 업체다. 이번 계약으로 가스 운송 사업에 나서는 현대글로비스는 최대 10년간 글로벌 수요처에 암모니아 및 LPG를 운송하며 수소 밸류체인 구축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번 사업을 위해 약 2000억원을 투자해 VLGC 2척을 건조하고 글로벌 해상운송 시장에 투입한다. 신조 선박은 적재 규모 8만6000㎥ 초대형으로 글로벌 가스 운반선 가운데 최대 수준이다. 통상 LPG 위주로 운송하는 기존 가스선과 달리 현대글로비스 VLGC는 화물창을 특수 재질로 제작해 암모니아까지 운송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암모니아를 선적할 수 있는 VLGC는 전체 선대의 10% 이하인 20여척 내외다.
선박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부합하는 최첨단 친환경 선박으로 건조한다.
현대글로비스는 특히 현재 기술 수준에서 가장 효율성이 높은 수소 저장·운송 매개체로 꼽히는 암모니아의 해상 운송에 주목하고 있다. 수소의 운송과 저장을 위해서는 기체 상태의 수소를 액체로 바꿔야 한다. 기체수소는 운송 용량이 제한적이고, 액화수소(영하 253도에서 액체 상태인 수소) 방식은 저장 밀도가 낮고 아직 상용화가 되지 않았다. 현실적 대안은 수소에 질소를 결합시킨 암모니아다. 이 암모니아 형태로 해상 운송을 하고 수요처에서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암모니아는 액화수소와 달리 상온에서 비교적 쉽게 액화하며 단위 부피당 1.7배 수소를 더 많이 저장할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선박이 인도되는 2024년부터 최대 10년 간 글로벌 수요처에 암모니아와 LPG 등 가스를 안정적으로 장기 운송할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글로벌 원자재 기업과 장기 계약을 통해 가스 해상운송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게 됐다”라며 “청정 수소 인프라 구축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