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성신여대 등 52개 대학, 교육부 재정지원 결국 탈락
거센반발 직면하자, 교육부, 패자부활 기회 주겠다 밝혀
스스로 권위 차 버린 꼴 vs 진단 근본적 개선 필요
인하대, 성신여대, 군산대 등 52개 대학이 결국 정부의 재정지원 대학에서 최종 탈락했다. 그러나 거센 반발에 부닥친 정부는 기존 방침을 바꿔 재도전 기회를 주기로 했다. 진단 재정지원은 대학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가 꺼내든 '칼'이지만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며 칼날을 무디게 했다. 이와 함께 방침 번복이라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정원 감축 등 향후 조치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교육부는 독립 협의기구를 구성해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선정되지 않은 대학에 재도전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3일 밝혔다.
협의기구는 대학협의체, 국회 등의 추천을 받아 독립 기구로 꾸려진다. 협의체는 기본역량 진단제도의 근본 개선 방향, 대학 재정지원 방식과 함께 대학 재도전 기회 부여 방안도 논의한다. 교육부는 내년에는 이번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우선 재정을 지원하고, 협의기구 논의 결과에 따라 일부분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은옥 교육부 고등교육지원실장은 “이번에 선정되지 않은 대학 중 혁신 역량과 의지가 있는 대학에 재도전 기회를 부여하고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대학기본역량진단 임시결과(가결과)가 발표된 후 반발이 커지자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최종 결과는 52개 대학을 탈락시킨 가결과가 그대로 유지됐다. 47개교가 218건에 이르는 이의신청을 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지난 3주 동안 대학 교직원 등 관계자는 물론 재학생과 동문, 지역 주민까지 이번 결과에 항의했다. 교육부는 결국 '패자부활' 기회를 주기로 했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은 학생 충원율, 교원 확보율 등 기본요소와 함께 교육과정 개선 사항이나 향후 발전계획 등을 정량·정성적으로 대학을 평가한다. 정부는 올해 3주기 진단 결과에서 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된 대학들에 내년부터 2024년까지 대학들은 3년 동안 연간 수십억원을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지원한다. 일반대의 경우 내년 예산안 기준으로 연간 평균 54억원을 받는다.
3년 동안 평균 162억원에 이르는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면 대학은 재정적으로 타격이 클 뿐만 아니라 부실대학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
3주기부터 재정지원 미선정 대학도 산학협력사업 같은 국가나 지자체의 특수목적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고 국가장학금·학자금대출도 받는다. 하지만, 2주기까지는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는 대학은 한계대학처럼 구분한 탓에 낙인 효과를 우려한다.
후폭풍이 큰 평가지만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평가를 통한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그동안 교육부는 이번 평가에서 탈락하면 3년 동안 패자부활은 없다는 방침이었다. 교육부는 코로나19와 같은 어려운 상황을 고려했다고 해명했지만 평가 설계 당시부터 코로나19는 고려된 사항이었다.
방침 번복으로 교육부는 스스로 평가의 문제점을 인정한 꼴이 됐다. 현 기본역량진단 평가 자체가 문제라는 논란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정의당은 정책 논평을 내고 “상대평가와 보고서평가로 얼룩진 진단이 제대로 된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학생 감소가 급격한 상황에서 진단과 재정지원 연계라는 방식 자체가 적절한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원 감축 정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수립한 혁신 계획을 바탕으로 정부는 정원 감축을 권고하고, 이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었다. 정원은 모든 평가와 재정 지원의 기초가 되는 학생 수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감축 권고에 대학은 반발할 가능성이 짙다. 서울 소재 대학의 정원이 줄면 경쟁률 증가로 학부모가 반발할 수 있다.
매번 패자부활이나 재검토 같은 카드를 꺼내 들 경우 정책 영향력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신익현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은 “2021년 진단은 오늘로 일단 일정 부분 매듭이 지어지는 부분”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대학 측에 고려해야 할 사항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이를 열어 놓고 협의기구에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로서도 책임 있는 자세”라고 말했다.
【 2021년 진단 등에 따른 재정지원 가능 범위 】
* 미참여 대학은 특수목적 재정지원이 제한되지만 지방자치단체 사업인 경우 해당 지자체 판단에 따라 지원 가능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