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앤 소울2'의 아쉬운 성적으로 국내 게임 이용자가 확률형아이템과 '페이 투 윈(pay to Win)' 비즈니스모델(BM)에 지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성적표가 확인된다.
5일 구글플레이 매출기준 상위 10개 게임 중 8개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이른바 '리니지 라이크'류 게임 득세가 계속되고 있다. 리니지 라이크류는 확률형아이템 뽑기에 기반해 돈을 쓴 만큼 강해지는 페이 투 윈 모델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용자 간 경쟁의식이 치열한 한국 이용자 성향을 반영한 BM 설계로 게임사에 일정수준 이상의 매출을 보증한다. 극악의 확률을 뚫고 원하는 아이템을 획득하면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확실한 '쾌감'을 보장한다. 본래 과금강도가 높은 모바일 MMORPG에 한국 이용자 성향에 맞게 패키지와, 패스, 뽑기 등을 배치해 한국형으로 정착했다.
국내 게임에 확률형아이템 수익구조가 고도화된 건 일본 '그랑블루판타지', '밀리언아서'와 중국 '도탑전기' 영향이 크다. 일본 계열 '컴플리트가챠'와 중국계열 'VIP시스템'을 분석, 계승, 발전했다.
엔씨소프트 사업부문이 주도권을 가지고 처음으로 만든 부분유료화 리니지 모바일 게임 '리니지 레드나이츠'가 양대 마켓 매출 1위에 오르며 엔씨소프트 기조를 변화시킨 것이 시초다. 이후 리니지M이 게임사(史)를 새로 쓰는 흥행을 거두면서 유사한 BM을 탑재한 게임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엔씨소프트가 소송을 제기한 넷마블 자회사 이츠게임즈 '아덴'과 웹젠 'R2M' 등을 포함해 대부분 국내 MMORPG가 포함된다.
현재 매출 1위 오딘은 '북유럽 스킨을 씌운 리니지'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30레벨 근처 장벽을 돌파하려면 굉장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든지, 과금 서비스를 이용하든지를 선택해야 한다. 퀘스트나 스토리를 쾌적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도 과금이 필요하다. 등급은 신화 등급까지 있으며 소숫점 이하 확률로 설정됐다.
오딘 회복 아이템 중 과금 물약은 무과금 물약과 다르게 전체 체력의 일정량을 회복한다. 때문에 이용자간 결투(PvP)가 육성방향과 조작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누가 더 많이 500원짜리 과금물약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지로 결정된다. 경제력 전쟁이라고 불리는 실제 현대전처럼 돈이 먼저 떨어지는 쪽이 지는 양상을 보인다.
VIP 시스템 본고장인 중국에서 온 '기적의 검'은 과금을 위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용자 반발과는 다르게 2019년 출시 때 부터 지금까지 매출 10위권에 자리 잡고 있다. 기적의 검은 MMORPG가 으레 가지고 있는 구색 맞추기 식 스토리와 논플레이어블캐릭터(NPC)가 없다. 자동 사냥 중 스토리 때문에 흐름이 막히는 구간을 없애기 위해서다. 접속해서 자동사냥만 누르면 끝없이 사냥이 진행된다. 과금을 하면 할수록 성장이 빨리지고 우위를 점했다는 쾌감이 강해진다. 신경쓸 필요도 없다. 저질 과장 허위광고를 몇 년째 송출하고 국내 게임에셋을 배꼈다는 지적에도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는 중이다.
윤태진 연세대 교수는 “당장 매출은 고래 중심으로 만들어 지기 때문에 전반적인 여론, 평가와 괴리가 있다”며 “현재 여론이 지속되면 장기적으로 매출 순위에 영향을 줘 지금 확률형아이템 BM에 취해있는 국내 게임사에게 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