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융투자 사기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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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인에게 투자 제안을 받았다. 원금 보장 조건이고, 기대 수익률도 쏠쏠했다. 오래 알고 지난 사이여서 투자 실력이 좋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투자 금액도 크지 않아 별생각 없이 입금하려던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투자 사기를 당하는 사람도 이런 마음가짐에서 시작하겠구나.'

지인이 투자 사기를 시도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지만 사기와 투자 실패는 한 끗 차이다. 의도는 그렇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사기로 되는 사례도 많다. 제도권 금융업계 실력자도 판단 착오 한 번에 큰 손실을 낸다. 비제도권 투자 상품은 당연히 원금마저 전부 날릴 수 있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직접 겪어 보기 전에는 체감하기 어렵다.

올해 유난히 금융 사기 소식이 많다. 아직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머지포인트 논란을 비롯해 가상자산 투자 사기, 금융 피라미드 사기 피해 사례가 줄줄이 이어진다. 의도적인 사기가 맞냐, 아니냐 문제에 앞서 이 상품은 겉보기에도 매우 위험하다. 상식적이지 않은 수익률이나 할인율을 보장한다. 투자 리스크도 무한대로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행동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기대 수익이 낮더라도 더 큰 보상이 있는 상품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1% 확률로 1만원을 주는 복권과 0.01% 확률로 100만원을 주는 복권의 기대 수익은 똑같이 100원이다. 계산상으로 두 복권의 판매량은 비슷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후자의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많은 투자 판단이 이성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사기라고 생각하면서도 위험한 상품에 투자하기도 한다. 의심하면서도 큰 보상이 있을 가능성을 기대한다. 폭탄 돌리기의 피해자가 나는 아닐 것이라고 과신한다. 이들의 사고능력이 타인보다 부족하지는 않다. 근거 없는 자신감과 과욕 또는 불안한 심리가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는 것이다.

10배 수익을 기대했다면 투자금이 10분의 1 토막 날 것도 감수해야 한다. 이마저도 모두가 공정한 룰로 베팅한다는 가정을 할 때 기준이다. 알다시피 투자는 대부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진행된다. 금융 사기의 상당수는 당국의 실질적 도움을 받기 어렵다. 합법 투자를 표방해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가거나 자금을 미리 빼돌려 놓는 수법이 부지기수다. 본인의 자산은 스스로 지키는 수밖에 없다. 투자에 대한 책임은 항상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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